사퇴 6개월 만에 고문으로
1~3공장 설립 이끈 일등 공신
4공장 건설 후보지 점검 나서
설영흥(사진) 전 현대자동차 중국사업총괄 부회장이 사퇴 6개월 만에 복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20일 “정식 인사가 난 건 아니지만 설 전 부회장이 사실상 복귀한 상태”라며 “비상임고문으로, 주로 중국 공장 증설과 관련된 일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정몽구 회장의 직접 지시로 설 고문이 다시 일을 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설 고문은 이미 지난주 허베이(河北)성의 베이징현대차 제4공장 후보지 등을 방문해 타당성을 점검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계 화교 출신인 설 고문은 10년 넘게 현대차의 중국 1,2,3공장 설립 등을 이끌면서 현대차가 중국시장에서 자리잡는 데 일등 공신이란 평가를 받았다. 설 고문은 2004년 현대차 부회장에 임명됐을 당시 재계가 깜작 놀랐을 만큼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 1950년대부터 정 회장과 인연을 쌓아왔고 1990년대 정 회장이 현대정공을 이끌 때 중국 관련 사업을 조언한 것을 계기로 사업 쪽에서도 관계를 맺어 왔다. 그는 친대만계와 친중국계 화상 통합 모임인 ‘한국중화총상회’ 명예회장을 맡을 만큼 국내 화교 사회의 실력자다.
그런데 올 4월 그가 돌연 사의를 밝히자 현대차 안팎에서는 ▦고령에 따른 용퇴 ▦정의선 부회장 중심의 세대 교체 준비 작업 ▦현대차 중국 4공장 설립 지연에 따른 문책 등 갖가지 해석들이 나왔다. 이후 현대차는 중국 사업부문을 설 고문의 ‘총괄 체제’에서 생산ㆍ판매 부문을 현대차와 기아차 각사의 중국사업부로 분리 운영하는 ‘책임 체제’로 바꾸기도 했다.
이번 설 고문의 깜짝 복귀는 중국에서 꼬인 매듭을 풀기 위한 구원투수 역할을 맡기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체 상태에 빠진 현대차 4공장 설립이 그것. 현대차는 빠르게 성장하는 서부 내륙 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 4대 직할시 중 한 곳이자 서부 지역 요충지인 충칭(重慶)시 량장신구(兩江新區)에 4공장을 짓기로 하고 3월 충칭시와 투자협약을 맺었다. 이후 공장 건설 현장 숙소도 마련됐고, 정지 작업도 마친 상태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은 베이징시와 중앙정부가 베이징에서 가까운 허베이성(河北省) 황화시에 4공장을 짓기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소식통은 “중앙정부는 베이징이 허베이성의 낡은 공장들이 내뿜는 매연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국가 이미지도 나빠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베이징현대차가 중국측 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의 낡은 공장을 리모델링해 4공장을 지으면, 환경도 살리고 대량해고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충칭 대신 허베이성을 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황화시는 베이징과 가까워 중복투자라는 점이다. 결국 충칭과 황화에 2개 공장 동시 착공한다는 대안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이 또한 황화 공장의 투자 방식을 놓고 공동지분을 갖고 있는 베이징자동차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렇듯 꼬인 실타래가 설 고문의 컴백으로 풀릴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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