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부분 양보했는데" 황당 기색… "합의 부정은 무책임한 자세" 맹공
“대통령 공약 사항을 도와주겠다는데도 파기한 이유가 대체 뭔지…”
20일 여야간 누리과정 예산 5,600억원 국고 지원 합의가 여당 지도부에 의해 번복되자 새정치민주연합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야당으로선 박근혜 대통령의 무상보육 공약 이행을 위해 2조 1,500억원 전액을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섰는데도, 여당 지도부가 이를 걷어찼다는 것이다.
이날 여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와 황우여 부총리가 국고 지원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만 해도 새정치연합은 “아쉽지만 잘했다”는 반응이었다. 교문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합의 내용을 보고하자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의원들은 “수고했다”며 박수를 보냈다.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인 안규백 의원도 “전날에 이어 오늘도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원내수석부대표 간 회동이 있었는데 먼저 합의했다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인 김재원 의원이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곧바로 브리핑을 갖고 합의를 전면 부인하자 새누리당 지도부를 향해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김태년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예산 미편성을 우려하는 일선 보육현장을 고려해 대승적 차원에서 큰 양보를 했고 여당 간사인 신성범 의원과 황우여 장관도 동의했다”며 “여당 지도부의 합의 부정은 무책임한 자세”라고 성토했다.
새정치연합은 합의 번복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18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간 회동에서 누리과정 예산으로 5,600억원 국고 지원이 합의됐다고 들었지만 다음 날 교문위 간사를 포함한 ‘2+2 회동’에서는 김재원 의원이 어디엔가 전화하더니 갑자기 안 된다고 했다”면서 “‘보이지 않는 손’이 협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서영교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도 “대통령 공약인 누리과정 예산은 국가가 부담해야 하지만 아이들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어 합의에 응한 것”이라며 “우리는 많은 부분을 양보했는데 전혀 물러설 수 없다며 버티는 것이 제대로 된 여당의 자세인가”라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이날 황우여 부총리를 향해 ‘월권’이란 표현을 사용한 김재원 의원에 대해 “새누리당은 김재원 의원의 당인가. 국회 상임위가 김재원 의원의 상임위인가”라며 맹비난했다. 한편 누리과정 예산 합의에 따라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교문위 예산심사소위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불참 통보로 개의 3분 만에 정회했다.
임준섭기자 ljscogg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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