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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엔해양법 발효 20주년

입력
2014.11.2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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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6일은 세계 해양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유엔 해양법 협약이 발효된 지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협약이 발효된 1994년 당시 67개국에 불과했던 당사국이 166개국으로 늘어났다. 193개 유엔 회원국 중 바다와 접해 있는 국가들은 거의 모두 협약에 가입한 셈이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은 모두 1996년 가입했다.

해양법 협약은 내수(內水), 영해, 대륙붕, 공해(公海) 및 심해저 등에 관한 해양 관할권을 규정하고 항행, 해양안전, 해양환경, 어업과 해양자원, 과학조사, 분쟁해결 등에 대한 규정과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세계 해양질서는 해양법 협약을 중심으로 유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해양법이 그리스의 조그만 섬에서 태동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중해 북쪽의 에게해 입구에 있는, 터키 해안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가까운 그리스의 로도스란 섬이 그곳이다. 크기는 제주도와 비슷하고 인구는 제주도의 5분의 1에 불과한 11만명 정도지만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올드 타운과 아폴로 신전과 같은 그리스 유적들이 즐비해 유럽 최고의 여름철 휴양지로 꼽힌다.

기원전 10~6세기 경 로도스인들은 강력한 무역선단을 이뤄 지중해 무역을 장악하고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 식민도시까지 건설했다. 해상무역을 하다 발생하는 분쟁을 다루기 위해 기원전 8세기 경 ‘로도스 해양법’이란 것이 탄생했다. 이 해양법은 고대 그리스가 로마에 의해 멸망한 뒤에도 로마법의 일부로 들어가 효력을 유지할 정도로 우수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리스가 유럽의 구제금융을 받는 등 심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지만 선박 보유량, 총 선박화물 수송량, 선박 가치 분야에서 모두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원동력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해양법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곳으로 ‘로즈 아카데미’라는 것이 있다. 해양법 교육을 위해 로도스에 있는 에게해 연구소, 미국 버지니아대 해양법정책센터,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등이 협력해 1996년 만들었는데 한국해양수산개발원도 2011년부터 참여하고 있다. 해양법재판소 재판관 등이 참가하는 우수한 강사진과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젊은이들이 교유하고 네트워크를 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그리스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도 조선업계에서 세계 선두권을 달리는 해운 5위의 해양 선진국이다. 신라시대 장보고가 동북아 해상무역을 장악하고 이순신 장군이 세계 최초로 거북선이라는 독창적인 철제 전함을 만들었던 한국인의 저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해양법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이 생겼다. 2년 전 성황리에 개최된 여수엑스포를 기념하기 위해 10월 제1회 여수 해양법 아카데미를 개최한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해양수산부와 여수엑스포재단,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이 함께 개도국의 해양법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그램으로 28개 개도국에서 공무원 등이 교육생으로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이순신 장군의 승전지이면서 2012년 세계해양박람회 개최지에서 매년 열리게 될 여수 해양법아카데미가 우리나라의 국격 제고는 물론, 아시아의 해양법 교육 메카로 자리매김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최근 그리스 로도스 섬의 에게해 해양법연구소와 협력연구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그리스는 많은 선박들을 우리나라에 발주하고 있어 해양법 분야에서의 긴밀한 협력도 기대된다.

기원전 5세기 경 페르시아 대군을 세계 4대 해전인 살라미스 해전에서 물리친 그리스의 해군제독 테미클레토스는 “바다를 지배하는 자, 세계를 지배한다”고 했다. 이 말이 21세기에도 유효한 전략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도 장보고와 이순신 장군의 탁월한 해양 유전인자를 잘 물려받아 산적한 해양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해양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성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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