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은 인권 문제
반기문 총장, 국제적 관심 촉구
19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화장실의 날. 도시 기반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제대로 된 화장실이 없어 단순히 위생문제가 아닌 각종 사회적 문제까지 야기되고 있는 점을 중시, 유엔은 지난해 화장실의 날을 지정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9일 세계 화장실의 날 제정 1년을 맞아 가진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번 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전 세계 25억 명이 위생 상태가 불량한 화장실을 사용하고, 11억명은 변변한 화장실조차 없어 풀숲이나 물속, 시궁창 같은 야외에서 용변을 해결한다”고 말했다. 이어 “화장실 위생 문제는 도시개발ㆍ경제ㆍ인간 존엄성 측면에서 국제사회가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화장실 문제가 곧 인권 문제임을 지적했다. 그는 “일부 국가의 여성들이 집밖으로 용변을 보러 갔다가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한다”며 “화장실과 위생 문제는 인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올해 5월 인도에서는 14세와 15세 사촌 자매가 집에 화장실이 없어 들판에 용변을 보러 나갔다가 마을 남성들에게 성폭행 당한 뒤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화장실 개선에 대한 관심은 조금씩 환기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8월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모든 학교가 1년 안에 남녀 화장실을 구분해 설치하고, 모든 가정이 4년 내 자체 화장실을 갖추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 출신의 사회적 기업가 잭 심은 세계화장실기구(WTOㆍWorld Toilet Organization)와 세계화장실대학(WTC)을 잇따라 설립해 전 세계 화장실 위생 개선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화장실 위생 개선은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1990년부터 화장실 위생문제 개선에 대한 국제적 움직임이 일었지만, 비위생적인 화장실을 이용하는 인구는 7%가량 감소하는 데 그쳤다. 각국이 문화적 특성상 화장실 문제를 대놓고 논의하는 것을 꺼리는데다, 화장실 시설을 개선하려면 적잖은 예산과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반 총장은 “유엔의 새천년개발목표(MDG) 일환으로 2015년 말까지 기본적인 위생시설에 항시 접근할 수 없는 사람의 비율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새천년개발목표 중 가장 진전이 없는 분야가 바로 화장실 위생 문제”라고 우려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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