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KBS와 EBS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 논란이 일고 있다. 두 방송사에 대한 정부 입김을 키울 수 있는 법 개정이어서 언론단체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 등을 포함한 새누리당 의원 154명은 13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새누리당은 개정안을 내면서 “재정 건전성이 취약한 공공기관을 퇴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라고 발의 이유를 밝혔다.
공운법 제4조(공공기관) 2항은 KBS와 EBS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없는’ 기관으로 정하고 있으나 이번 개정안은 이 조항을 삭제했다. 개정안은 또 공공기관의 해산 조항(제7조의 2)을 신설해 ‘설립 목적의 달성, 존립기간의 만료, 그 밖에 정관으로 정한 사유’ ‘합병' '파산' '법원의 명령 또는 판결' '이사회의 결의' 등의 사유에 따라 해산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밖에 ‘기획재정부 장관은…공공기관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기관통폐합ㆍ기능재조정 및 민영화 등에 관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제14조),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영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관련 지침의 제정, 혁신수준의 진단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제15조) 등의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를 두고 KBSㆍEBS 노조와 언론단체들은 예산 편성이나 사장 해임 또는 선임 등에서 정부의 통제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언론노조 KBSㆍEBS 본부 및 방송인총연합회 등 언론단체들은 20일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반민주적 폭거”라면서 개정안의 철회를 촉구했다. 권오훈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은 “공영방송을 옥죄고 통제하려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저지하는 공영방송 독립투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고 한송희 EBS 지부장은 “이 법이 통과되면 매년 100억원 이상의 당기순손실을 내는 EBS는 공중분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KBS와 EBS는 현재 방송법과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따라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받고 있다. 그러나 공운법에는 ‘공공기관에 대하여 다른 법률에 이 법(공운법)과 다른 규정이 있을 경우…이 법을 우선해 적용한다’는 우선적용 조항이 명시돼 있어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KBS와 EBS는 방송법과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앞서 공운법을 적용받게 된다.
KBS와 EBS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은 과거에도 추진됐었다. 2006년 12월 같은 내용으로 공운법이 개정됐다가 언론시민단체의 반대로 결국 2008년 ‘KBS와 EBS를 공공기관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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