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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값 오른다" 예스24 주문 폭주 서버 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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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값 오른다" 예스24 주문 폭주 서버 마비

입력
2014.11.2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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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인터넷 서점들 대규모 할인에

가격 인상 우려한 소비자 몰렸지만

출판계는 "오히려 낮아질 것" 전망

카드사ㆍ통신사 제휴할인 규제 없어

동네서점 살리기엔 역부족

지역도서관 연계 등 제도적 지원을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전날인 20일 서울 교보문고 매장의 30% 할인 코너. 21일부터는 도서 할인율이 15%로 묶인다. 한주형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전날인 20일 서울 교보문고 매장의 30% 할인 코너. 21일부터는 도서 할인율이 15%로 묶인다. 한주형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

“내일부터 책값 오르는 거 아닌가. 얼른 사둬야지.”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전날인 20일, 회사원 김모씨가 인터넷서점에 들어간 이유다. 그런데 아뿔사, 사려던 책이 품절이란다. 김씨는 책을 싸게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친 것 같아서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김씨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다. 이날 인터넷서점 예스24는 주문 폭주로 서버에 과부하가 걸리는 바람에 1시간 동안 홈페이지를 닫고 임시 점검을 했다. 또다른 대형 서점인 교보문고와 알라딘도 같은 이유로 접속이 느리거나 잘 안 됐다. 예스24는 11월 13일부터 19일까지 일주일 동안 국내도서ㆍ외국도서ㆍ전자책의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2.2배, 전년 동기 대비 2.4배 증가했으며 20일은 오전 주문량만 전날 하루 주문량의 2배에 이르렀다. 교보문고는 11월 들어 20일 현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온라인서점들이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최대 80~90%에 이르는 세일에 열을 올린 것은 재고를 처분하는 땡처리에 가깝다. 21일부터는 그런 대폭 할인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정 도서정가제는 정가제를 모든 책으로 확대하고 할인율 한도를 종전 19%에서 15%로 축소한 게 골자다. 종전에는 실용서와 초등 학습참고서는 정가제 대상이 아니었다. 구간 도서(나온 지 18개월 지난 책)의 무제한 할인도 사라진다. 새 제도에서 구간은 출판사가 정가를 다시 매길 수 있다. 가격을 낮출 수도 있다는 뜻이다. 재정가 도서도 할인율 한도 15%를 지켜야 한다.

온라인서점 예스24는 20일 주문 폭주로 접속이 어렵자 1시간 동안 홈페이지를 닫고 점검했다.
온라인서점 예스24는 20일 주문 폭주로 접속이 어렵자 1시간 동안 홈페이지를 닫고 점검했다.

책값 오를까

도서 할인율이 줄고 구간의 무제한 할인도 사라지니 소비자는 책값이 오른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큰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경제경영서와 실용서를 주로 내는 비즈니스북스 홍영태 대표는 “개정 도서정가제가 책값만 올리는 제2의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속이 터진다”며 답답해했다. 그는 “안 그래도 안 팔리는데 책값을 올리면 누가 사겠냐”며 “오히려 낮추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실용서의 경우 280~350쪽 분량이면 1만4,000~1만5,000원 했으나 11월 말 12월 초 나올 신간은 500~1,500원 값을 내렸다는 것이다.

출판사 부키는 양장본으로 냈던 경제학자 장하준의 대표작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19일 페이퍼백으로 다시 출간하면서 가격을 30% 내렸다. 판형을 줄이고 활자 크기를 줄여 각각 9,800원에 내놓았다. 박윤우 부키 대표는 “장하준 저서의 국내 판매 150만부 돌파를 기념하는 독자 사은 행사”라고 설명하면서 “페이퍼백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시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동네서점 살아날까

도서정가제 개정은 할인 경쟁에서 대형서점에 밀릴 수 밖에 없는 중소서점을 살리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할인율이 19%에서 15%로 축소됨에 따라 작은 서점에게는 비빌 언덕이 생겼다. 하지만 충분치는 않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별로 달라질 게 없다는 주장도 많다. 새 제도가 규제하는 할인율 15%에는 대형 온라인서점이 해온 무료 배송과 카드사ㆍ통신사 할인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카드사ㆍ통신사 제휴할인까지 합치면 여전히 최대 25% 정도 할인이 가능하다. 결국 개정 도서정가제의 혜택을 대형서점이 독차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 목동의 햇빛문고 정덕진 대표는 “할인율보다 공급율(출판사가 서점에 공급하는 책값의 정가 대비 비율)이 문제”라며 “대형서점보다 높은 중소서점의 도서 공급율을 재조정하지 않는 한 나아질 게 없다”고 말했다.

현재 온ㆍ오프 대형서점은 출판사로부터 정가의 60% 안팎에 책을 공급받는 반면, 중소서점은 도매상을 거쳐 75% 정도에 받는다. 책을 대량 구매하는 대형서점들과 전국에 흩어진 작은 서점의 소량 구매에 동일한 공급율을 적용하기는 무리이지만, 중소서점으로서는 그 간격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동네서점을 살릴 방안 중 하나는 도서관과 서점의 제휴다. 지난달 의정부시는 도서관-서점 멤버십 포인트를 도입했다.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실적만큼 마일리지를 줘서 서점에서 책 살 때 현금처럼 쓸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지역 공공도서관이 지역 서점에서 책을 사는 것도 방법이다. 부산서점협동조합은 올해 5월부터 부산 지역 학교, 복지관, 공공도서관에 책을 대량 납품하고 있다. 여기서 나온 수익의 70%는 동네서점에 재투자하고 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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