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개막한 지스타
오큘러스 'DK2' 체험 가능
PC와 연동하는 HMD 개선 과제
폭탄과 미사일이 난무하는 도시 속 전장. 바닥은 깨진 아스팔트 파편과 총알 등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앞쪽에서 날아오는 총알을 피해 내 옆을 스쳐 달려가는 남자의 헐떡이는 숨소리까지 들릴 듯하다. 고개를 돌리면 그의 뛰어가는 뒷모습과 함께 폐허가 돼버린 도시 풍경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잠시 눈을 감았다 뜬 듯 검은 화면이 지나가면 중세시대 속 파티장이 나온다. 한쪽 벽면엔 거울이 붙어 있는데, 마치 얼굴에 가면을 착용한 채 거울을 보고 있는 것처럼 고개를 돌리는대로 거울 속 가면 역시 함께 움직인다.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게임전시회 지스타2014에 ‘게임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아직 본격적으로 상용화된 기기는 없지만, 벌써부터 국내외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ㆍVR)이다. VR 시장의 선두 업체인 오큘러스는 일반관람객 공간인 B2C관에 부스 20개 규모의 전시 공간을 열고, 국내 게임 이용자들에게 가상현실 영상과 게임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가상현실은 전용 기기인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HMD)가 착용자의 시야를 완전히 장악해 360도 입체 영상과 음향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얼굴 반 정도를 가리는 기기 하나를 머리에 썼을 뿐인데, 착용자는 혼자 전혀 다른 공간으로 '순간이동'을 한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가상현실은 입체(3D) 화면의 생생함을 뛰어넘어, 영상 속에 바로 들어와 있는듯한 몰입감이 예상보다 뛰어나다.
오큘러스는 사실상 세계 가상현실 분야를 이끌고 있는 업체다. 특히 올 3월 페이스북이 무려 20억달러(2조원)에 인수하면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23일까지 지스타 내 오큘러스 부스에서 방문객들이 체험할 수 있는 VR 기기는 오큘러스가 개발자용으로 판매 중인 ‘DK2’다. 가상현실이 일반화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게임 영화 등 콘텐츠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관련 콘텐츠 개발을 목표로 먼저 내놓은 제품이다. 현재 오큘러스는 PC와 연동하는 HMD인 ‘크레센트베이’(가칭)의 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이 만날 수 있는 HMD는 최근 삼성전자가 내달 말 미국 시장 출시를 발표한 ‘기어VR’이 최초가 될 전망이다. 기어VR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4를 장착해 바로 가상현실을 구현할 수 있는 기기다. 삼성전자와 오큘러스가 함께 개발한 것으로, 양 사는 이 제품을 시작으로 향후 더 다양한 모바일 연동 HDM을 개발할 계획이다. 오큘러스 한국지사의 김동현 이사는 “오큘러스의 VR 콘텐츠 공유 사이트에는 현재까지 등록된 것만 300개가 넘을 만큼 소프트웨어가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며 “가상현실은 게임의 미래일 뿐 아니라 영화와 군, 의료 분야에서도 두루 활용될 수 있는 차세대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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