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 수법이 다양하면서도 놀랍다. 1977년 1월 28일 부산 동부경찰서는 화물을 가장해 트렁크 속에 들어가 고속버스 송금액을 훔친 이 모(트렁크 속 남자)씨와 황 모(여)씨를 검거했다. 전직 운전기사와 차장이었던 이들 부부는 열흘 전, 버스회사 송금통을 털기 위해 부산과 서울을 오가는 차량에 탑승했다. 트렁크에 숨은 남편은 화물칸에, 짐을 부친 아내는 손님이 되어 좌석에 앉았다. 결과는 일단 성공. 드라이버를 이용해 송금액 210만원을 손에 넣은 이들은 밤차로 부산에 내려와 전세방을 얻고 황금반지와 손목시계 등을 구입하며 꿈에 부풀었다. 당시 210만원은 꽤 큰 돈이었을 터다. 하지만 훔친 돈은 채 열흘을 가지 못했다. 경찰은 적재함에서 타다 남은 성냥개비를 발견하고 짐꾼을 추궁해 이들 부부를 체포했다. 트렁크에 들어가 현장을 재현하는 남편과 이를 바라보는 아내의 모습이 딱해 보인다. 그저 가난이 죄다. 부산일보 정광삼기자 찍음
손용석 사진부장 st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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