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 공자묘(孔子廟)가 있다. 하노이 문묘(文廟)라고도 한다. 문묘는 공자를 모시는 사당이다. 1070년 중국 산둥성 취푸(曲阜)의 공자묘를 본떠서 세웠다고 한다. 1076년에는 왕실 자제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국자감(國子監)도 설립했다. 고려시대 국자감과 유사한 대학 교육기관이다. 경내에는 1484년부터 1778년 동안 116회에 걸쳐 시행한 과거시험의 합격자 1,300여명의 명단을 새긴 82개의 제명비와 인의예지덕(仁義禮智德) 등의 유교 덕목들이 큰 글자로 쓰여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 유서 깊은 공자묘가 있는 곳은 중국과 대만 베트남 한국 4곳뿐이다. 중국은 취푸를 필두로 공자묘가 지역 곳곳에 설립되어있다. 마오쩌둥(毛澤東)은 1970년대 문화혁명 당시 공자를 공산당의 적으로 돌리고 공자 유적을 마구잡이로 파괴하기도 했다. 대만은 1655년 타이난(台南)에 공자묘를 처음 설립했다. 타이베이(臺北)에 있는 공자묘는 1925년 건립됐으며 이곳에서는 한국의 석전제(釋奠祭)와 유사한 제공대전(祭孔大典)을 해마다 공자탄신일(음력 8월 27일)에 개최한다.
▦ 공자묘가 있는 국가들은 유교 전통이 남아있어서 서로의 정서를 잘 이해하는 편이다. 유교적 가부장 요소가 가미된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과 베트남에서 인기를 끌었던 이유다. 그 중 우리가 유교 전통을 가장 잘 보전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자의 후손들은 오산 궐리사(闕里祠)의 공자 제향(祭享)을 배워가서 중국에서 부활시켰다. 궐리사는 조선 중종 때 공자의 64대 손인 공서린(孔瑞麟)이 후학을 가르치던 곳이다. 최근에는 문묘제례악(文廟祭禮樂) 전 과정도 비디오로 담아갔다고 한다.
▦ 중국은 지금 ‘공자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때는 중국 공산주의의 이념을 제3세계 등에 심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무위로 돌아가자 공자의 사상을 전파하면서 문화적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이다. 중국은 120개국 439개 대학에서 공자학원을 운영한다. 미국에도 97개가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시카고대와 펜실베이니아주립대가 공자학원 운영을 중단했다. 자금 지원을 미끼로 학문의 자유를 침해 당한다는 이유다. 게다가 군사와 산업분야 등의 정보가 중국으로 흘러 들어간다는 우려도 있는 모양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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