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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혼인파탄 기혼자의 바람, 불법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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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혼인파탄 기혼자의 바람, 불법 아니다"

입력
2014.11.2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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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공동생활 침해했다고 볼 수 없어"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 상태인 기혼자와 성적행위를 한 경우 그 배우자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1992년 혼인신고를 한 A씨 부부는 경제적 문제와 성격 차이 등으로 불화를 겪다가 2004년 별거했다. 두 아들을 남겨둔 채 집을 나간 A씨 부인은 2008년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A씨 부인은 2006년 등산모임에서 만난 B씨와 수시로 통화하고 금전거래를 하는 등 친하게 지냈다. 그러다가 이혼소송을 진행 중이던 2009년 B씨와 키스하는 등 성적행위를 했다.

두 사람은 집 밖에 있던 A씨가 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신체적 접촉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A씨는 부인과 B씨를 간통 혐의로 고소했으나 증거가 없어 무혐의 처리됐다. 이후 대법원은 2010년 A씨 부부의 이혼을 확정했고 A씨는 B씨를 상대로 위자료 3천만원을 청구했다.

A씨는 B씨 때문에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고 큰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 부인이 장기간 별거로 혼인관계가 파탄 지경에 이른 상황에서 B씨를 만났고, 두 사람이 부정한 관계를 맺었다고 해도 그 때문에 혼인관계가 망가진 것은 아니라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반면 2심은 배우자가 있는 사람과 애정 행위를 한 제3자는 그 사람의 배우자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위자료 액수는 500만원으로 정했다.

대법원은 1심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20일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A씨 부부는 이혼 전부터 실질적으로 부부 공동생활이 파탄 상태였다"며 "B씨가 A씨 부인과 성적행위를 했더라도 부부 공동생활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A씨가 부부 공동생활에 관한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할 수 없다"며 "이 사건의 성적행위를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상훈·박보영·김소영 대법관은 "이혼 의사가 오고 갔거나 실제 소송으로 이혼을 앞둔 경우가 아니라면 부부 공동생활이 망가졌다는 사정만으로 불법행위 책임을 면제할 수 없다"고 별개 의견을 냈다.

민일영·김용덕 대법관은 간통죄 위헌 논란과 관련, "이 사건에서 직접 다루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간통에 대한 기존 대법원 개념 해석을 보완·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충 의견을 밝혔다.

두 대법관은 "부부 공동생활의 실체가 사라지고 혼인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 경우 배우자의 간통에 묵시적으로 사전 동의한 것이라는 해석도 고려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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