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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의 길 위의 이야기] 나와 공감하기

입력
2014.11.2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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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공감하기

중요한 메일을 다른 사람에게 잘못 보냈다. 당황한 나머지, 미안하다는 메일을 쓰고 그 메일을 원래 보내야 할 사람에게 전송했다. 방금 전 내가 한 일이 믿기지 않았다. 이처럼 때때로 내가 나 자신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말이 헛나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을 때, 평소 잘 처리하던 일에서 어처구니없는 잘못을 저질렀을 때, 지하철을 반대로 탔을 때, 다시 지하철을 탔는데 또다시 반대 방향일 때. 우리는 이럴 때마다 ‘실수’라는 말을 쓴다. 실수(失手)는 말 그대로 손에서 놓치는 것으로, 영단어 미스테이크(mistake) 또한 잡는 것(take)을 놓친 데(mis)서 유래했다고 한다. 평소에 자유롭게 놀리던 손이 내 손 같지 않을 때, 그것이 다름 아닌 실수로 이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실수한 그 다음이다. 실수를 저지르고 멋쩍게 웃음 짓는 사람이 있고 얼굴이 새빨개지는 사람도 있다. 실수에 관대한 사람이 있고 지나칠 만큼 모진 사람도 있다. 얼마 전까지 나는 후자였다. 실수했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해 시무룩한 사람, 그러다 마음이 흔들려 더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마는 사람. 손에서 뭔가를 많이 놓친 날은 혼도 덩달아 빠져나간 것 같다. 그때에도 다름 아닌 공감이 필요하다. 내가 아닌 것 같은 나를 밀치기만 해서는 안 된다. 내가 나를 이해하지 못하면 불행해진다. 마지막 순간에는 나만이 나와 함께 있을 수 있다. 나만이 내 손을 잡아줄 수 있다. 실수하지 않은 손이 실수한 손을. 나의 왼손이 나의 오른손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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