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당권경쟁의 출발선에 선 문재인 정세균 박지원 의원간 물밑경쟁이 서서히 예열되고 있다.
서로 물고 물리는 미묘한 삼각관계 속에 비대위 멤버인 이들 '빅3'간 협력과 경쟁의 역학구도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중적 인지도와 당내 세력 규모에 있어 한발짝 앞서 있는 문 의원이 출마 문제에 대해 직접적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반면 정, 박 의원은 상대적으로 당권 도전 의사를 감추지 않으며 적극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
정 의원은 20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대 출마와 관련, "선당후사의 관점에서 깊이 고민하고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무너진 당을 제대로 재건하고 수권능력이 있는 야당을 만들 수 있는 후보군 중에 한 사람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 내가 헌신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사실상 출마 의지를 밝혔다.
당 일각의 '세대교체론'에 대해서도 "뺄셈정치할 때가 아니라 모든 인재를 망라해 최적임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차단막을 쳤다.
박 의원도 불교방송 라디오에 출연, "출마하려는 비대위원들은 등록일인 내년 1월7일 전에 사퇴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제가 (전대에) 나온다면 당선됐으면 좋겠다는 심정은 갖고 있다"고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문 의원의 출마 여부에 따라 판 자체가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어 정, 박 의원은 문 의원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정 의원은 문 의원의 출마 여부와 관련, "점을 잘 못치겠다"고 했다. 박 의원은 "굉장히 맑고 착한 분이고 당의 중대한 자산"이라면서도 '당권-대권 분리론'을 고리로 "집권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는 문 의원 스스로 잘 결정하리라 본다. 대권후보가 당권 후보로 나선다면 다른 대권후보들이 가만히 있겠는가"라고 사실상 불출마 결단을 촉구했다.
문 의원의 등판이 현실화된다면 이들 3인간 한치의 양보 없는 승부가 불가피하다. 현행대로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을 분리하는 투트랙 방식으로 차기 지도부를 뽑게 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이렇게 되면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게임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범친노(친노무현)·주류의 우산 아래 큰 틀에서 힘을 합쳐온 문, 정 의원의 우호적 협력관계가 당권경쟁의 길목에서 정면경쟁 관계로 전환하게 되는 셈이다.
정 의원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친노니 비노니 편가르기 하며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게 아주 잘못된 것"이라면서도 "선당후사의 자세로 계파는 후순위로 돌려야 한다", "이제 노무현도 김대중도 뛰어넘어 새로운 시대를 맞는 새로운 스타일로 당을 이끌어야 한다"며 문 의원과 차별화를 시도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그는 자신의 '계파 정체성'에 대해서도 "새정치민주연합계"라고 못박았다.
박 의원은 2012년 대선 국면에서 이른바 '이-박(이해찬-박지원) 담합'으로 친노와 일시적으로 손을 잡았지만, 일찌감치 모바일 투표 문제에 쐐기를 박은데 이어 연일 당권-대권 분리론의 불씨를 살리며 보다 직접적으로 문 비대위원과 각을 세우고 있다. 비노 쪽에서 대항마 옹립에 끝내 실패할 경우 비노의 구심점을 자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얘기도 돈다.
'문(문재인) 대 비문(비문재인)' 구도가 구축되더라도 그동안의 양측간 긴장관계 등을 감안할 때 정, 문 의원 연대 내지 합종연횡 시나리오에는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다지 무게가 실리지 않는 분위기이다.
문 의원은 당권-대권 분리론 주장 등에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정책 발표 및 현장 행보 등을 통해 '마이웨이'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