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톤 넘는 선박 통째로 인양, 국내 최대 크레인 8000톤급 역부족
에어백·플로팅독 부양 방법, 배 부식 상태·거센 조류가 변수
세월호 인양작업이 실제로 이뤄지려면 실종자 수색 및 사고 원인규명 등 사회적 합의 이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 있다. 바로 기술적인 검토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인양을 진행할지에 따라 인양 기간과 총 소요비용 등이 결정되고 이는 사회적인 논의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세월호에는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9구의 시신이 남아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인양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도 인양방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더욱이 정부가 세월호 수색 중단을 선언하고 21일 인양 논의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인양과 관련된 기술적인 논의가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양과 관련한 주요 쟁점들을 짚어봤다.
● 보존인양 VS 절단인양
인양에 관한 정부의 기본적인 원칙은 선체를 통째로 들어올리는 보존 인양을 하는 것이다. 아직 내부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는 실종자 9명의 시신이 선체 절단 및 이어지는 인양 과정에서 자칫 훼손되거나 유실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연료 유출로 인한 해양오염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난 5월 해수부가 추후 인양에 대비해 국내외 관련 업체 7곳으로부터 기술제안서를 받을 당시에도 ‘선체를 온전하게(one piece) 인양할 것’이라는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선체 무게만 6,825톤에 컨테이너 등 각종 화물과 선내에 쌓인 돌, 진흙의 무게 등을 합치면 하중이 최소 1만 톤이 넘는 침몰선박을 절단하지 않은 채 인양한 경우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2009년 11월 일본 미에현 앞바다에서 전도돼 침몰한 7,000톤급 여객선 아리아케호는 4등분으로 절단된 뒤 해상 크레인으로 인양됐고 앞선 2002년 침몰한 1만6,000톤급 트리컬러호는 9조각으로 잘린 뒤 각각 인양됐다.
가장 큰 이유는 이 정도 규모의 선박을 들어올릴 수 있는 크레인이 세계적으로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선 가장 큰 크레인이 삼성중공업의 ‘삼성5호’로 8,000톤급에 불과해 세월호 인양 시 단독 작업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크레인 여러 대를 동시에 사용할 경우엔 최대 유속 6.6노트(12.2㎞/h)에 이르는 맹골수도의 빠른 조류의 영향을 받아 작업 도중 서로 부딪치거나 무게 균형이 깨져 크레인이 넘어질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중국의 국영 해난구조업체인 ‘차이나샐비지’가 보유한 3만톤급 크레인이 안전한 대안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삼성5호(하루 8억원) 등에 비해 대여료가 급증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절단 인양을 무조건 도외시 할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상대적으로 가벼워 인양이 수월한 데다, 세월호의 경우 객실이 집중된 중앙을 제외한 선미와 선수 부분을 절단할 경우, 시신 유실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규열 서울대 명예교수는 “보존 인양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판단이 들면 실종자 가족들의 동의 하에 조심스레 추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선박 절단 작업 자체가 위험하다는 반론도 무시할 수 없다.
● 실종자수색 VS 인양우선
인양의 우선순위를 ‘실종자 수색에 두느냐’ 혹은 ‘선체 인양에 두느냐’에 따라 방법론 역시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실종자 가족들은 줄기차게 수색에 방점을 둔 인양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선수 부분을 먼저 들어올려 플로팅독 위에 얹고 해수면 위로 떠오른 부분을 통해 선내에 진입하는 것이다. 거센 조류를 견디며 최대 47.5m의 수심에서 작업하던 이전에 비해 위협 요소가 훨씬 줄어들어 그간 진입이 힘들었던 4층 선미 좌현 객실 등에 대한 접근이 수월하다는 것이다. 최종 인양은 수색 완료 후 선미를 들어올리는 식으로 진행된다. 공길영 한국해양대 교수는 “선박 전체를 한번에 인양하려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시간도 1년 이상 소요된다”며 “실종자 수색을 먼저 진행하면 유가족의 여한도 풀고 이후 인양 여부를 재논의할 여지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선체를 한 쪽만 들어올리는 게 얼마나 실현 가능한 것인지를 두고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미 선체가 약해질 대로 약해져 수색과정에서 추가 붕괴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선체에 감긴 약 20여개의 체인과 잠수사들의 생명줄이 엉켜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거센 조류에 선체가 요동칠 경우 플로팅독과 크레인의 안전도 보장하기 어렵다.
● 리프트백(에어백) 유용성
인양방식을 두고 전문가들은 해상 크레인을 이용해 선체를 해수면 부근까지 끌어올린 뒤 플로팅독을 이용해 선체를 물 위로 띄우는 방식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력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보통 수면 아래 10여m에서 잠수가 가능한 플로팅독이 크레인과 체인에 걸리는 부담을 다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선체 외부에 에어백의 일종인 리프트백을 달아 부력을 높이는 안(案) 이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다. 크레인과 플로팅독을 이용하는 점에선 기존 방식과 동일한데, 체인과 크레인에 주는 부담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어 긍정적이다. 2012년 침몰한 뒤 올 7월 인양된 이탈리아의 11만4,000톤급 여객선 ‘콩코르디아’호의 경우, 대형 공기상자 30여개를 선체에 달아 선체를 띄우는 식으로 인양에 성공해 화제가 됐다.
그러나 좌초로 선박 일부가 물에 잠긴 콩코르디아호와 달리 배가 완전히 침몰된 세월호 인양에 리프트백을 이용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는 지적도 많다. 부력을 제어하지 못하거나 거친 조류로 선체의 방향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바뀌면 무게중심이 달라져 체인이 끊어지는 등 또 다른 사고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리프트백을 선체에 매다는 것 자체가 잠수사들에게 또 다른 위험이 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보유한 리프트백이 대부분 소형이라 세월호를 움직일 최소한의 부력을 확보하려면 적어도 수십 개를 설치해야 한다. 정현 카이스트 교수는 “세월호 사고 당시 해군이 배 선수에 묶어놓은 리프트백 한 개가 20톤 용량인 만큼 세월호엔 약 300여개가 필요한 셈”이라며 “하지만 선체가 오랜 시간 부식돼, 리프트백을 버텨내지 못하고 부서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 국내업체 VS 해외업체
인양작업을 누가하게 될 것인지도 정부로서는 고민거리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책임이 있는 정부는 인양작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 검증된 해난 구조업체를 찾을 수 밖에 없는데, 규모나 인력 노하우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네덜란드, 미국, 일본 등 외국 유수업체들이 국내 회사들을 앞선다. 특히 ‘스미스’, ‘스비츠’, ‘마못’ 등 세계 3대 구조업체가 모두 네덜란드 회사인데, 3곳 모두 세월호 인양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국내 업체 중 인양 경험이 가장 풍부한 곳으로 알려진 ‘언딘’이 이번 세월호 사고 수사를 통해 해경과의 유착관계가 드러나면서 후보에서 일단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국내업체들이 현지 유속과 파랑 등 해역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 당시 미국 업체 관계자들이 맹골수도의 거센 조류를 보고 아예 들어갈 엄두도 못 냈다”며 “외국 업체가 맡더라도 전체적인 인양계획 정도만 세울 뿐, 실제 바닷속 작업은 국내 인력이 진행할 만큼 기술력이 뒤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근로조건과 임금수준, 절차적인 과정을 중시하는 이른바 ‘FM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외국 업체들의 특성을 고려하면 한국 업체들이 마냥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전망도 나온다. 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최종 인양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사회적 공론화를 거치는 과정에서 외국 업체들이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인양 비용과 소요기간을 제시할 경우, 정부로선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외 업체들이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하는 방안을 추천한다. 기술적인 전문성이 필요한 인양설계 등은 외국업체의 도움을 받고 체인 설치와 인양 등 실무작업은 국내 업체 소속 기술진이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대식 한국해양구조협회 구조본부장은 “인양작업의 난이도를 고려하면 외국업체의 도움도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여기에 성공에 대한 열망과 책임감이 더 강한 국내 업체가 참여함으로써 작업이 훨씬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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