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정원 내 배치로 비용 절감" 수업 채웠던 기간제 교사들도 위기
시간강사 대체 땐 수업 질 하락 우려
학교 수업의 질 향상을 위해 2012년 도입된 수석교사제가 시도교육청의 예산 부족 때문에 파행 위기를 맞고 있다. 해당 교육청은 “정부가 돌봄교실ㆍ누리과정 등 국가시책 사업의 예산을 지방교육재정에 떠넘겨 발생한 예산 압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12일 일선 학교에 ‘2015학년도 중등교원 정원 배정 기준 변경에 따른 소요현황 제출 알림’ 공문을 보낸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그동안 정원외로 분류했던 수석교사를 정원내로 배치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수석교사는 경력 15년 이상 교사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일반 교사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주는 대신 교수법을 개발하고, 신임교사들의 수업 관련 컨설팅 등을 담당하도록 한 제도다. 평교사에서 교감ㆍ교장 등 관리직으로 승진하는 트랙과 별도로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교사를 우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현재 경기도내 초ㆍ중ㆍ고교에는 408명의 수석교사가 활동중이다. 도교육청은 수석교사를 정원외로 운용하면서 수석교사가 담당해야 할 나머지 절반의 수업은 정원내인 기간제 교사에게 맡겼다.
그런데 도교육청이 수석교사의 정원내 배치 방침을 밝히면서 그만큼 정원내 교사를 줄여야 해 수석교사의 수업부족분을 담당해온 기간제 교사 400여명이 해고될 상황에 놓였다.
경기도의 한 고교 수석교사는 “다수의 학교가 수업 부족분을 시간강사로 메울 계획이어서 수업의 질 하락이 우려된다”며 “정원내에 포함될 경우 맡아야 할 각종 업무를 고려할 때 수석교사가 교수법 개발 등 본연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수업은 절반만 하면서 정원을 채우고 있는 수석교사 때문에 동료 교사들의 업무가 가중되고, 학교에선 이를 마땅치 않게 여겨 자칫 ‘떠돌이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혼란은 부족한 예산 탓이다. 재정난을 겪는 도교육청이 기간제 교사를 줄이기 위해 수석교사의 정원내 배치를 자구책으로 추진한 것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수석교사의 활동 위축 등 부작용에 대해 알고 있지만 예산 상황이 긴급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국가시책사업 예산을 교육청에 떠넘긴 결과”라고 주장했다.
도교육청은 기간제 교사 1인당 인건비 등으로 연간 4,000만원이 소요된다고 보고 있다. 시간강사로 대신할 경우 연간 80억~1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도 중등수석교사협의회 관계자는 “부족한 예산 때문에 수업부실을 불러올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교육부는 강 건너 불구경할 게 아니라 수석교사제가 정착될 때까지 예산을 안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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