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성에 안 젖게 인력 풀 넓히고 교사 출제-교수 검토 방식으로"
"EBS 교재 오지선다 풀이 올인, 교육과정 왜곡 부작용만"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문제 오류와 난이도 조절 실패 논란이 잇따르면서 교육부가 문제 출제 및 검토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논의를 하겠다는 계획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개선 방향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개선안에 담아야 할 내용으로 무엇보다 ‘자기 식구ㆍ영역 챙기기’식 출제위원 선정 시스템을 바꾸고 출제ㆍ검토위원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현행 출제위원 선정 과정과 출제위원으로 뽑힌 교수ㆍ교사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출제위원이나 검토위원을 선정할 때 대부분 학력과 출신학교들이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다”며 “그렇기 때문에 문제 오류를 지적하거나 난이도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출제위원이나 검토위원들이 대부분 학계나 대학의 선후배 관계이다 보니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출제와 검토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특히 출제위원으로 뽑힐 경우 수당으로 1,000만원이 지급되는 데 대부분 ‘선ㆍ후배 용돈 챙겨주기’ 식으로 선발 과정이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양 교수는 “지금까지 평가원 출제 교수는 70%가 서울대 사범대, 한국 교원대 등 특정 대학 출신이었다”며 “이런 분위기가 고착되면서 교과별로 나눠먹기 식으로 출제위원들이 들어왔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효완 광운대 입시전담 초빙교수는 “출제위원의 경우 한번 초빙됐던 교수들이 계속 위촉되는 경우가 많아 타성에 빠질 수 있다”며 “출제위원 인력 풀을 넓히고 ‘교수가 출제하는 문제를 교사가 검토하는 체계를 ‘교사 출제, 교수 검토’의 방식으로 바꿀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출제위원과 검토위원들의 자질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방대 교수는 “평가원이 각 학교에 우수 교사를 출제위원으로 요청하지만 학교장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위촉되는 것은 10명 중 3~4명 꼴”이라며 “학교 수업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이유인데 결국 수준이 떨어지는 교사들이 문제를 출제하고 검토하게 돼 오류가 걸러지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사가 출제위원으로 뽑힐 경우 재직중인 학교 등에도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EBS 교재와 수능의 70% 연계정책도 재검토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올해 수능에서 출제오류 논란을 빚고 있는 영어 25번과 생명과학Ⅱ 8번은 EBS 교재에서 연계돼 출제된 문항이다. 지난달 항소심에서 오류로 확정된 작년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도 EBS 교재가 바탕이 됐다. 또 다른 지방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 이주호 장관이 수능의 EBS 교재 70% 연계를 도입했는데 정작 사교육 절감 효과보다는 교육 현장에서 EBS 교재의 오지선다형 문제풀이에만 올인하는 등 교육과정이 왜곡되는 부작용만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EBS 교재를 빨리빨리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치는 게 교육이 돼 버렸다”며 “EBS 연계 정책은 손질을 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대학 입시에서 수능 체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1년간 수능이 이어지면서 출제방식과 문항 등이 정형화돼 평가 방법으로 더 이상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수능은 기본적으로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판단하는 시험인데 이걸 등급화해서 대학 선발 기재로 활용하니 난이도와 문제 오류 지적이 끊이지 않는 것”이라며 “수능을 자격고사로 바꾸고 나머지는 대학들이 각자 평가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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