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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병사들을 위한 국민의 쪽지예산

입력
2014.11.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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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국회는 내년도 예산심의에 분주하다. 국회의사당 예결위 앞 복도는 지역구와 해당분야 예산로비를 하러 온 국회의원 보좌관이나 이해관계자들로 붐벼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최근 몇 년 간 정쟁을 일삼으며 국가경영에 가장 중요한 예산안을 해를 넘겨 가결하는 등의 행태를 보여 국민들에게 극도의 실망감을 주던 국회가 스케줄에 맞춰 일찍 예산심의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 기분이 좋다.

필자도 생전 처음으로 예산확보를 위해 국회의원들 사무실을 들락거렸다. 병영문화혁신을 위한 예산확보를 위해서였다. 22사단 임 병장 총기사건과 28사단 윤 일병 사망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민ㆍ관ㆍ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는 지난 4개월 간 셀 수 없는 만남을 통해 각종 혁신안을 만들었다. 그 중에는 예산이 수반돼야 할 안도 있었는데, 그 총 합이 1,480억원이다. 며칠간 국회의원들을 찾아가서 예산 설명을 했던 우리 위원들은 국민적 관심이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당연히 전액 확보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가졌다.

그러나 국회 국방위 예산소위의 통과 안은 불과 263억원이었다. 충격적이었다. 혁신위의 민간위원들은 즉시 국방부 장관을 항의방문하고 여야 각 당의 국방위 간사의원들과 예결위원들을 찾아가 우리 예산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애절하게 설파했다. 어떤 국회의원은 “왜 군인이 나서지 않고 민간인인 당신이 이러고 다니느냐” 라는 질문도 했지만, 우리 국민이요 아들들인 병사들을 위해 누가 하면 어떤가. 이런 노력 끝에 국방위 최종 통과 예산은 790억원이 됐다.

며칠의 추가 노력으로 527억원을 더 확보하게 됐으니 뿌듯했다. 이런 노력으로 병사들이 좀 더 안전하게 복무하고 강한 군대로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행복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런데 우리를 적극적으로 도와준 모 의원이 예산결정 과정을 설명하면서 이게 끝이 아니라 각 당의 최고 지도부를 만나서 약속을 받아야 한다는 조언을 했다. 국방부가 제출한 정부안에 없던 추가 예산이기 때문에 제1순위 삭감대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출범한 8월은 이미 국방부 예산안이 확정된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의 예산은 구조적으로 국방부의 원안에 들어 갈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사정일 뿐 아무리 명분 있는 예산이라 하더라도 수백억원은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즉시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의 문희상 비대위원장, 우윤근 원내대표 등을 방문해 병영문화혁신을 위한 790억원 예산을 전액 통과시켜 줄 것을 부탁했다.

세 분에게 긍정적이지만 신중한 답변을 들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뼈있는 농담을 했다. “우리 쪽지예산 절대로 안하기로 했는데…” 쪽지예산을 안하겠다는 말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 너무나 고마운 말이다. 하지만 이 예산은 두 번 다시 병영의 불합리로 불행한 죽음을 당하는 병사가 없게 만들자는 예산이기 때문에 결례를 무릅쓰고 “병사들 안전을 위한 국민의 쪽지예산입니다. 제발 모두 통과시켜 주십시오”라는 답변을 했다.

윤 일병 사망사건이 발생한 직후에는 대통령이 직접 병영문화혁신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했고, 온 국민이 불같이 나설 것 같았다. 하지만 370조원 이상의 예산을 쓰는 대한민국이 분노했던 그 분야의 예산 790억원은 불과 네 달도 가기 전에 단 두 세 명이 서류봉투 들고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예산 구걸하는 처지가 됐다. 이런 예산은 대통령 관심사항이라고 해야 기재부가 움직인다고 조언하며 대통령에게 이야기하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 분 전화번호를 모르고 그 분에게 전달할 방법도 없다. 답답하다. 이번 주말부터 추가 예산에 대해 어떤 것을 얼마나 줄 것인가를 결정한다고 한다. 나라를 위해 의무복무를 하는 우리 젊은이들의 안전을 위한 예산이 통과가 안 되고, 그로 인해 또 다시 불행한 죽음이 발생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신인균 (사)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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