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세론 속 '친노 대 비노' 구도, 비노 후보들 난립 땐 文 어부지리
文 불출마 땐 세대교체론 분출 소지, 김부겸·박영선·486그룹 뜰 수도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계파 간 눈치 작전만 난무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19일 차기 전대 일정을 내년 2월 8일로 최종 확정했지만, 정작 경기에 나설 선수들은 당내 최대계파인 친노무현계 문재인 의원의 출마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약 문 의원이 출마하지 않을 경우 전대 구도 자체가 재편될 수밖에 없어 공식 의사표명을 삼간 채 군불만 피우고 있는 모양새다.
당내에선 계파수장인 문재인 정세균 박지원 의원의 출마를 기정사실로 보는 분위기가 많다. 이들에 대한 대항마로 비노무현계에선 김부겸 전 의원과 박영선 의원을, 486그룹에서도 이인영 우상호 의원 등을 거론하고 있다. 한 핵심당직자는 “예산정국인 상황에서 전대 출마를 선언할 경우 당권경쟁에만 매몰돼 있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며 “각 후보들도 예산 처리를 마친 내달 중순 이후 당 안팎의 상황을 보고 출마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차기 전대는 ‘문재인 대세론’ 속에 친노 대 비노 구도로 명확히 갈린다. 이 경우 비노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친노계인 문 의원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지만 동시에 비노 후보들의 합종연횡으로 문 의원이 고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친노계가 그 동안 일반시민이 다수 참여하는 모바일투표를 통해 당권을 장악해왔다는 점을 들어, 모바일투표 도입이 사실상 무산된 이번 전대에선 예상만큼 대세론을 형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 의원을 겨냥한 당권ㆍ대권 분리론과 문 의원이 차기 당 대표가 될 경우 당이 쪼개질 수 있다는 분당론은 문 의원의 출마를 막아 자신들에게 유리한 구도를 마련하겠다는 경쟁세력 측의 계산이 깔려 있다.
만약 문 의원이 출마하지 않지 않는다면 ‘세대교체론’이 본격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한 초선의원은 “문재인 의원이 전대에 나오지 않는다면 여러 번 당 지도부를 역임한 정세균 박지원 의원들을 겨냥해 세대교체 요구가 분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계파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김부겸 전 의원과 박영선 의원이 급부상할 수 있고, 486그룹 후보들도 이에 가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정치권에 입문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는 점에서 세대교체론이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대 구도에 대한 시나리오만 난무하다 보니 당 내에선 “정작 위기에 처한 당을 바로 세울 가치와 비전을 제시해야 할 판에 각 계파들이 구도를 둘러싼 주판알 튕기기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을 재건하고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혁신경쟁과 노선경쟁보다 차기 총선 공천을 둘러싼 이해관계에 따라 의원들이 당권 후보에 줄을 서는 관행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비노 인사들이 정계은퇴 선언 후 전남 강진으로 낙향한 손학규 상임고문을 경쟁적으로 찾는 것도 차기 전대에서 친노에 대항한 세결집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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