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 지분 6.59% 보유
주식 매수 청구금액만 1274억
전체 청구액의 25% 넘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무산된 데는 국민연금의 주식매수청구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그간 대주주 위주로 돌아가던 기업 의사결정 체제에 일대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19일 삼성중공업ㆍ엔지니어링의 합병은 이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행사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합병 계약상 예정된 한도를 초과하면서 무산됐다. 삼성중공업에 대한 주식매수청구(9,235억원)는 애초 정한 매수대금 한도(9,500억원)보다 적었으나 삼성엔지니어링 주주의 청구금액(7,063억원)이 매수대금 한도(4,100억원)를 훨씬 넘어선 것이다. 이중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6.59%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청구한 금액(1,274억원)만 4분의 1이 넘는다.
지난달 27일 두 회사가 합병을 결의한 주주총회(이하 주총)에서 기권표를 던졌던 국민연금은 앞서 양사의 합병발표 직후 반대 의사를 발표하기도 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합병 발표 이후 주가가 많이 떨어져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우리가 합병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주총 당일에는 기권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대체로 국민연금의 행동을 이해하는 분위기다. 성기종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주가가 빠지는 상황이고, 조선이나 육상플랜트의 업황을 고려할 때 합병 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보니 손해를 볼 게 뻔한 국민연금이 가만히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도 “그간 관행적으로 연금은 대주주의 의사결정에 특별한 저항 없이 따라다녔다”며 “이번 사건은 국내 대기업들에‘대주주뿐 아니라 다수 소액 주주의 의사까지 고려하는 보다 넓은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에선 국민연금이 업계의 장기 발전 효과는 감안하지 않고 눈앞의 이익에만 일희일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창환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당장 불똥을 피하기 위해 최소한의 면피만 한 것”이라며 “국민연금 본부가 기업의 주요한 이슈에 관심을 갖고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의지와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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