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감독관의 휴대전화 진동 소리로 시험 망친 수험생…자살 예고까지
지난 1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한 수험생이 감독관이 소지한 휴대전화의 진동 때문에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며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살 예고글까지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 시험 감독관이 휴대전화를 소지할 수 없도록 했지만 이 지침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의대 진학을 목표로 재학 중이던 서울 4년제 대학을 휴학하고 지난 13일 수능을 다시 치른 최모(21)씨는 시험실 감독관이 가지고 있던 휴대전화의 진동소리로 시험에 집중하지 못했다. 최씨는 19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교탁 바로 앞 8번 자리였는데 교탁 안에서 진동이 울리자 책상까지 흔들려 시험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최씨의 평소 성적은 영어 97~98점, 과학탐구 47~50점이었지만 수능에서는 각각 80점, 30점대의 가채점 점수가 나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배포한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감독관 업무안내’ 자료에는 “시험실 입실 시 휴대전화, 서적, 신문, 음식물 등 휴대 금지”가 명시 돼 있다. 해당 시험장인 학교가 속한 서울시교육청의 관계자는 “시험장 학교 측에서 수능 시작 전에 감독관들의 휴대전화를 다 수거했는데도 감독관이 시험실에서 휴대전화를 소지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행위에 대한 징계 조항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적절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해당 감독관에 대한 처분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의 수능 감독관은 2만3,000명에 달해 교육청에서 감독관들을 일괄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교육청에서는 시험장 부책임자인 교감과 교육청에서 위촉한 시험장 학교 감독관만을 교육하고, 시험장 학교에서 시험실 감독관을 관리한다.
감독관 유의사항이 있어도 전국적으로 통일된 관리가 어렵다 보니 해마다 시험 감독에 대한 수험생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17일까지 운영된 평가원의 수능 이의신청 게시판에는 “감독관이 재량으로 영어 듣기 시간에 독해 문제를 푸는 것을 부정행위라며 막아 시험 시간이 부족했다”는 글이 20건 넘게 올라왔다. 교육부가 마련한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 유의사항’ 중 부정행위 유형에는 듣기 도중 독해를 풀면 안 된다는 조항은 없다. 대신 “기타 시험감독관이 부정행위로 판단하는 행위”가 부정행위에 포함된다.
최씨는 “그 동안의 노력들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됐다”며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목숨을 끊겠다”는 글까지 남겼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교사에 대한 징계처분은 분명히 내릴 것”이라면서도 “수험생이 느끼는 억울한 사안에 대해서는 교사에게 직접 보상을 청구하기보다 최종 책임자인 교육청이나 교육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등을 제기해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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