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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銀 사칭 '원조' 보이스피싱 비위로 쫓겨난 경찰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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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銀 사칭 '원조' 보이스피싱 비위로 쫓겨난 경찰이 만들었다

입력
2014.11.1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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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원 100여명 점조직 형태로 2만명에 400억 뜯어… 해외 도피 중

저축은행 등 대부업체를 사칭해 금품을 가로채는 금융전화사기 수법을 개발한 ‘원조’격의 보이스피싱 조직이 검찰에 적발됐다. 조직원만 100여명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이 조직의 총책은 보이스피싱 수사 경험이 있었던 전직 경찰 간부였다.

2008년 서울 모 경찰서 소속 박모(42) 경위는 비위 행위로 해임된 뒤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전전했다. 그러다 과거 6년간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서 근무하면서 쌓았던 보이스피싱 수사 노하우를 살려 보이스피싱 조직을 만들겠다고 마음먹었다. 이후 중국을 수시로 오가며 재중동포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범행 노하우를 전수받기도 했던 박씨는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에 콜센터를 차린 뒤 상담원 교육팀, 대포통장 확보팀, 현금인출팀, 고객유인팀, 인력확보팀으로 나눠 조직을 구성했다. 친동생(39)을 자금관리 담당으로 앉힌 박씨는 자신이 수사했던 피의자 3명까지 조직원으로 끌어들였고, 신분 노출을 막기 위해 조직원끼리도 가명을 쓰게 하는 등 철저히 점조직 형태를 유지했다.

범행 대상은 제2금융권 대출문의자 중 대출이 거절된 고객들로 잡았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의 약점을 교묘히 이용한 것이다. 박씨는 이어 국내와 중국 해커들이 10여개 저축은행 서버를 해킹해 빼낸 대출거절자의 개인정보 수십만 건을 개 당 최고 5만원을 주고 샀다.

범행 준비를 마친 박씨 등은 2011년 11월부터 보이스피싱을 했다. “다시 심사를 해보니 대출이 가능하다”며 인지대나 보증보험료, 예치금을 대포통장으로 받아 가로채는 수법을 썼다. 이런 방법으로 2만여명에게 400억원을 받아냈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저축은행인 것처럼 앞자리가 1588, 1666 등인 번호를 사용해 콜센터 번호와 계좌를 가장했다. 또 보이스피싱을 의심하는 피해자들에게는 여신금융협회 홈페이지에서 내려 받은 저축은행 상담 직원들의 사진을 이용해 위조한 신분증 사본을 팩스로 보내 안심시키기도 했다.

박씨 등은 상황별 대처요령 등을 담은 매뉴얼과 유인책들의 실제 범행 과정을 녹음한 음성파일을 이용해 신입 조직원들을 교육시킨 뒤 범행에 투입했다. 또 행정부처가 연구ㆍ발간한 ‘보이스피싱 피해 방지 대책’문건을 입수해 이를 역이용하는 새로운 범행수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일부 조직원들은 검찰에서 “저축은행 대출을 빙자한 보이스피싱의 70%는 자신들의 조직이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범죄 수익금은 총책인 박씨와 얼굴 노출 위험이 큰 인출책이 각각 30%씩 챙겼고, 유인책과 대포통장 모집책 등이 나머지를 나눠 가졌다. 박씨는 지난해 3월 콜센터 관리를 위해 중국으로 출국했다가 현재는 필리핀에 도피 중이다.

광주지검 형사2부(부장 윤대진)는 19일 조직원 29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조직원의 부탁을 받고 간부급 조직원들의 수배 여부 등을 조회해 준 경찰관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는 저축은행 대출을 가장한 보이스피싱 수법을 개발해 낸 원조 격으로 보면 된다”며 “박씨 등 조직원 21명을 지명수배하고 가명을 사용해 인적사항이 확인되지 않는 50여명을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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