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1912~1995) 시인의 시집 ‘사슴’ 초판본이 한국 근현대 문학서적 경매 사상 최고가인 7,000만원에 팔렸다. 경매회사 코베이는 19일 진행한 경매에서 ‘사슴’ 초판본이 입찰가 5,500만원으로 시작해 7,000만원에 최종 낙찰됐다고 밝혔다. 낙찰자는 지경환 장인제약 대표다. 지 대표는 "한국 근대 문학의 소중한 자료들이 제대로 보존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워 구입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사슴’은 백석이 생전에 낸 유일한 시집으로 1936년 시인이 자비로 100부만 출판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인쇄는 선광인쇄주식회사가 했고 당시 시집 가격은 2원(圓)이었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과 고려대 도서관, 출판인 여승구씨 등이 소장하고 있는 것을 포함해 국내에는 10부도 남지 않은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이번 경매에 나온 시집은 백석이 이육사 시인의 동생인 문학평론가 이원조에게 직접 준 것이다. 시집 안에는 “이원조씨 백석”이라고 적혀 있다.
본명이 백기행인 시인은 평안북도 정주에서 출생했다. 193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그 모와 아들’이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1935년 첫 시 ‘정주성’을 발표했다. 해방 후 고향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후 작품 활동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
‘노루’ ‘가즈랑집’ ‘오금덩이라는 곳’ 등 33편의 시가 실린 ‘사슴’은 국내 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집을 꼽을 때 첫 손에 드는 책이다. 윤동주 시인이 연희전문 재학 시절 ‘사슴’을 구할 수 없어 빌려다가 직접 손으로 베껴 쓴 일화는 유명하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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