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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운석의 나이

입력
2014.11.1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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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둔 늙은 딸과 젊은 아빠. 우주여행을 다녀온 아빠와 지구에 남아 있던 딸의 재회 장면이다. 일반인에게 물리학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우주 공상과학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 봐도 알쏭달쏭한 영화 내용을 해석하는 과학 블로그들의 글도 넘쳐난다. 블랙홀, 웜홀, 중력장 등 우주물리이론이 총동원된 이 영화에서 궁금한 것은 아빠와 딸의 나이를 뒤집은 시간의 상대성이다. 지난 3월 우주를 돌아다니다 경남 진주에 떨어진 운석의 나이가 최근 연구결과 44억8,500만~45억년9,7000만년 정도로 측정됐다고 하니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 이 영화 때문에 몇몇 물리학자들이 상대성이론을 동원해 설명하는 것을 보면 시간의 지연은 속도(특수상대성이론)와 중력(일반상대성이론)에 따라 생긴다고 한다. 초속 30만㎞로 달리는 빛의 속도에 가까울수록 시간의 흐름은 0에 수렴하고, 중력의 영향이 셀수록 시간이 느려진다. GPS의 위치도 지구에 신호를 보내는 인공위성의 속도와, 높은 고도에서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중력의 세기를 얼마나 잘 보정하느냐에 따라 정확도가 달라진다.

▦ 그러면 태양계 태동 시기에 맞먹는 것으로 추정된 진주 운석의 나이는 믿을만한 것일까.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연구팀은 운석에 남아 있는 우라늄과 납의 비율로 연대를 측정하는 동위원소 반감기(원자 수가 방사성 붕괴 때문에 원래보다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를 활용했다고 한다. 고고학 등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연대측정기법이다. 이 운석은 수십억년 동안 지구보다는 빠른 속도로 우주를 돌아다녔을 터. 우라늄의 반감기도 지구에서보다는 느렸을 것이다. 그러면 운석의 나이도 훨씬 늘려 잡아야 하지 않을까.

▦ 운석에 영향을 미친 중력의 세기는. 중력이 무한대라는 블랙홀에서는 시간도 정지한다지 않는가. 그러면 중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행성이나 별에 붙잡히지 않고 돌아다녔다면 운석의 우라늄 반감기는 지구에서보다는 훨씬 빨랐을 것이다. 결국 운석의 나이는 단지 초속 29.76㎞로 공전하는 지구적 입장에서 추정하는 나이일 뿐이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청춘’이라는 관념의 나이는 또 무엇의 영향을 받을지. 절대시간은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이래저래 어지럽다.

정진황 논설위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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