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들었다. 북한의 인권 억압 상황에 대해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하고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권고하는 결의안이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어제 압도적 표차로 통과됐다. 유엔은 2005년부터 매년 북한 인권 관련 결의안을 채택해왔지만 ICC 회부 권고 내용이 담긴 것은 처음이어서 북한에 가하는 압박 강도가 한 단계 더 높아졌다.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북한의 대응에 따라서는 한반도 상황이 한층 복잡하게 꼬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내달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공식 채택의 형식적 절차만 남은 이 결의안은 북한에서 조직적으로 벌어지는 고문, 공개처형, 정치범수용소 운영 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 유엔안보리가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조사결과에 입각해 북한인권 상황을 ICC에 회부하는 한편 최고책임자들을 제재하도록 권고했다. 물론 이 결의안의 구속력은 제한적이다. ICC 회부를 위해서는 안보리의 결의가 필요한데 그간 북한 인권문제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져온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게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결의안으로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 최고지도부의 위신이 큰 타격을 입게 됐고 열악한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을 한층 환기하는 효과가 있다. 김정은 체제에 가하는 압력이 클 수밖에 없다. 북한은 ICC 회부 내용을 뺀 쿠바의 수정안이 부결되고 유럽연합(EU) 등 60개국 공동제출 결의안이 찬성 111, 반대 19, 기권 55표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과 그 추종자들이 북한을 말살하려고 자행한 터무니 없고 비이성적인 인권 공세”라고 비난만 할 게 아니다. 국제사회의 보편적 인식에 맞게 인권 상황을 개선시켜 나가야 한다. 일부의 관측대로 추가 핵실험 등과 같은 도발로 국제사회에 맞서려고 한다면 사태만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다른 한편으로 국제사회는 지금처럼 강경 일변도의 방식이 북한인권 상황의 실질적 개선에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인권문제는 본질적으로 1인 지배와 집단주의체제 자체의 속성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강하다. 이런 체제 속성을 변화시키기 위한 보다 유연하고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북한은 이번 결의안 채택을 앞두고 국제사회와의 인권대화를 제의하는 등 나름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압박에 문을 더욱 닫아건다면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은 기대하기가 어렵다. 우리 정부도 유엔의 이번 결의안을 마냥 환영만 할 게 아니다. 북한의 격렬한 반발과 대응을 예의주시하면서 사태 악화를 막고 남북대화 물꼬를 터나기 위한 길을 모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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