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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잇따르는 입법로비 사건, 양성화가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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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잇따르는 입법로비 사건, 양성화가 대안이다

입력
2014.11.1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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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의원은 지난해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사업에 상호출자제한 기업(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 계열사)의 참여를 배제하는 것이 골자였다.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KDN에 비상이 걸렸다. 직원 568명을 조직적으로 동원해 전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각 2명에게 후원금을 몰아주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따르면 의원 한 사람에 995만~1,816만원의 후원금이 돌아갔다. 수정안에는 ‘참여제한 기업에서 공공기관은 제외한다’는 내용이 담겼고,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입법로비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경찰은 김모 전 사장의 진술과 의원 별 후원금 기부자 명단도 확보했다. 한전KDN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거의 드러났다. 그러나 전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은 한전KDN의 ‘후원금 쪼개기’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나아가 형법상 수뢰 혐의를 적용하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이다. 경찰은 아직 신중한 태도다. 지난해 검찰의 신협중앙회 입법로비 사건 수사 당시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 19명은 입건조차 못했다. 후원을 받은 국회의원들이 기부자의 의도를 알았다는 단서를 검찰이 찾지 못했다.

2010년 청목회(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 사건 이후 비슷한 입법로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ㆍ서종예)의 입법로비 사건으로 김재윤 신계륜 신학용 의원이 재판을 받고 있고, 대한치과의사협의회(치의협)와 대한물리치료사협회의 입법로비 사건도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둘 다 ‘후원금 쪼개기’ 수법의 입법로비 의혹이 짙다. 잇따른 입법로비 의혹 수사에 대한 야당의 반발도 크다. ‘후원금 쪼개기’ 방식의 불법정치자금 제공은 상대적으로 소액이어서 여당 의원을 움직이기는 어렵다. 검ㆍ경 특유의 정권 친화적 체질까지 더해져 야당이 ‘표적 수사’나 ‘야당 탄압’ 반발을 쉽게 떨치기 어렵다.

제공자의 위법성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청목회 입법로비 사건 판결에서 보인 판단 기준을 잣대로 쉽게 가릴 수 있다. 문제는 정치인의 위법성 판단 기준은 아직까지 그리 명확하지 못하다. 정치자금법을 더욱 구체적인 내용으로 개정하지 않고서는 수사 당국과 법원의 자세는 정치적 논란 거리가 되게 마련이다. 의회민주주의의 토대를 흔드는 입법로비 사건을 이대로 둘 수는 없다. 그런데도 현행 법체계에 따른 사법처리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입법로비를 현실적으로 근절하기 어렵기에 입법로비 양성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입법로비 주체와 대상의원, 관련법률, 제공된 정치자금 등을 모두 공개해 최종적으로는 유권자의 정치적 심판에 맡기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다. 국민 인식도 많이 바뀌어가고 있는 만큼 본격적으로 관련 법제 정비에 나설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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