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바바리아주의 분지델 주민들은 매년 11월만 되면 골치를 썩여왔다. 신나치주의자들이 분지델을 성지 삼아 순례를 오곤 해서다. 분지델은 아돌프 히틀러의 심복이었던 루돌프 헤스의 시신 묻혔던 곳이다. 주민들의 항의 시위와 법적 호소는 아무 소용없었다. 신나치주의자들에 시달리던 주민들이 2011년 힘을 합쳐 헤스의 무덤을 없앴는데도 극우주의자들의 행진은 그치지 않았다.
올해 분지델 주민은 재치 넘치는 방식으로 신나치주의자들의 순례 행렬을 조롱했다(사진). 지난 15일 분지델을 찾은 신나치주의자 250명이 1m를 걸을 때마다 지역 주민과 상인들이 10유로씩 기부했다. 그렇게 모인 돈이 1만 유로(1,400만원)였다. 기부금은 한 시민단체에 보내졌다. 신나치 같은 극단주의 집단을 탈출한 사람들을 돕는 곳이었다. 신나치주의자들이 발걸음 하나하나 옮길 때마다 자신들과 비슷한 집단을 배척하는 용도로 쓰일 돈이 차곡차곡 쌓인 셈이다.
주민들은 풍자가 담긴 포스터로 신나치주의자들을 맞이하기도 했다. 히틀러의 저서 ‘나의 투쟁’(마인 캄프)를 빗댄 ‘나의 주전부리’(마인 맘프)라는 문구를 내걸고 옆에 바나나를 비치하는 식이었다. 이색 기부금 모음 행사를 기획한 시민단체 ‘권리에 반대하는 권리’의 한 구성원은 “우리는 당신이 가진 또 다른 행동 방식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당신은 거리를 막거나 가게 문을 닫는 것 이상의 것들을 할 수 있다”고 독일 통신사 DPA에 밝혔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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