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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여류 시인… 안타까운 두 번의 짝사랑, 작품의 밑거름으로

입력
2014.11.1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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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의 초상화
김유정의 초상화
그의 첫사랑 기생 박녹주
그의 첫사랑 기생 박녹주

김유정 문학의 한편에는 불 같은 사랑을 꿈꿨지만 끝내 이루지 못한 안타까움이 숨어 있다.

어머니를 일찍 잃은 김유정은 휘문고보를 졸업하던 해인 1928년 운명의 여인을 만난다. 당대 유명한 명창이자 기생인 박녹주(1906~1979). 판소리 공연을 보고 그녀에게 푹 빠진 김유정은 2년여 동안 열렬히 구애를 했다. 말을 더듬는 탓에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 봤지만 연상의 여인은 그의 순정을 끝내 받아 주지 않았다.

구인회 동인지 ‘시와 소설’에 실린 소설 ‘두꺼비’에는 김유정이 끝내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난다. 그는 이 소설에서 ‘저쪽에선 나의 존재를 그리 대단히 너겨주지 않으려는데 나만 몸이 달아서 답장 못 받는 엽서를 매일같이 석 달 동안 썼다’며 애절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사랑이 이뤄지지 않자 실의에 빠진 김유정은 고향인 춘천 실레마을로 돌아온다. 고향에서 김유정은 술을 파는 여인인 들병이(이리저리 떠돌며 술을 파는 여자)들과 어울리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박녹주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 들병이 대부분은 김유정보다 나이가 많았다. 이런 경험들은 ‘두꺼비’를 비롯한 여러 소설의 모티브가 됐다.

학계에서는 김유정 소설에 등장하는 판소리적인 요소가 첫 사랑인 박녹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전신재(75) 한림대 국문학과 명예교수는 “김유정은 ‘육자배기 같은 판소리는 자다 들어도 싫지 않다’는 말을 자주 했을 정도로 박녹주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며 “ ‘봄봄’과 그의 마지막 소설인 ‘땡볕’에 등장하는 구어체의 문장과 슬픔을 감추기 위한 웃음 등이 판소리의 특징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정은 방탕한 형 때문에 집안이 몰락하자 1933년 다시 서울로 올라와 본격적인 작품활동에 들어간다. 당시 문학계는 그의 등장을 두고 천재작가니 언어의 마술사니 하는 칭호를 붙여댔다.

김유정의 나이 28세가 되던 해 여류 시인 박봉자(1909~1988)를 알게 된다. 김유정은 잡지 ‘조광’에 ‘글 쓰는 남자를 남편으로 삼고 싶다’는 그녀의 기고문을 보고, 마치 자신이 그 상대가 된 마냥, 30여 통의 편지를 쓰며 구애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에도 답장은 없었다. 박봉자는 1936년 김유정과도 알고 지내던 평론가 김환태(1909~1944)와 결혼했고, 이듬해 3월 김유정은 세상을 떠났다.

김유정과 두 여인의 스토리는 김유정문학촌의 문학 전시관에서도 만날 수 있다. 문화해설가를 통해 그의 작품세계와 사랑에 대한 얘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다. 방문 일주일 전에 김유정 기념사업회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이 가능하다.

춘천=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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