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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축구 판정 둘… 왜 명백한 오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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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축구 판정 둘… 왜 명백한 오심인가

입력
2014.11.1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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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주일 동안 한국 축구계에서는 두 차례 오심 논란이 일었다. 하나는 지난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에서 나온 전북 레오나르도(28)의 페널티 킥 장면, 또 하나는 18일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나온 결승골 실점 장면이다. 이 논란의 장면들에 '석연치 않다' '애매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축구장에 석연치 않은 판정, 애매한 판정은 없다. 옳은 판정과 오심만 있을 뿐이다. 두 판정은 옳은 판정이었을까, 오심이었을까. 경기 규칙에 근거해 오심인지 아닌지, 오심이라면 왜 오심인지 짚어봤다.

● 논란의 전북 페널티 킥 장면, 오심

전북의 K리그 클래식 우승 세리머니가 예정됐던 15일 포항전. 전북으로서는 승리의 기쁨과 함께 우승 세리머니를 펼칠 수 있는 기쁜 날로 기억될 수 있겠으나, 이날 경기가 리그 순위와 직결된 예민한 경기였다면 커다란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날이기도 했다.

이날 전북의 용병 레오나르도와 카이오(27)는 전반 24분 포항 김원일의 파울로 얻은 페널티 킥 상황에서 약속된 플레이로 완벽한 골을 노렸다. 보통 키커가 직접 슈팅을 하는 방식과는 달리 키커인 레오나르도가 짧은 전진 패스로 포항 김다솔(25) 골키퍼의 타이밍을 빼앗았고, 뒤에서 빠르게 달려오던 카이오가 빈 골문으로 차 넣었다. 우상일 주심은 고민 없이 득점을 인정했고, 이 골은 이날 경기의 결승골이 됐다.

그러나 이 장면은 명백한 오심이었다. '페널티 킥을 실시하는 선수는 공을 앞으로 킥 해야 한다'는 규정상 레오나르도의 전진 패스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키커의 동료 선수, 즉 카이오의 플레이가 규정 위반이었다. 레오나르도가 킥을 하기 전 페널티 박스 안으로 발을 들였다. 포항 선수들도 함께 발을 들여 규정을 위반했지만, 전북이 함께 규정을 어겨 이득을 취한 상황이라면 '킥 어게인'이 선언돼야 한다. 만약 골키퍼의 동료 선수, 즉 포항 선수들만 킥 이전에 골 라인을 넘어섰다면 전북의 득점은 당연히 인정된다.

http://www.youtube.com/watch?v=nyS3qerVgIA

(전북 페널티킥 영상)

● 이란 아즈문의 골 역시 주심의 오심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나온 사르다즈 아즈문(19)의 결승골 판정 역시 오심이다. 자바드 네쿠남(34)의 프리킥 슈팅은 한국의 양쪽 골 포스트를 맞춘 뒤 가운데로 흘렀고, 골키퍼 김진현이 잡으려는 순간 아즈문이 머리를 갖다 대 골을 성공시켰다.

이란전 결승골 장면. 이란의 득점자 아즈문은 공을 먼저 잡은 김진현의 두 손에 머리를 갖다 댔다. MBC 중계화면 캡처
이란전 결승골 장면. 이란의 득점자 아즈문은 공을 먼저 잡은 김진현의 두 손에 머리를 갖다 댔다. MBC 중계화면 캡처

판정 기준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질 부분은 김진현의 손이 공에 먼저 닿았는지, 아즈문의 머리가 먼저 닿았는지다. 김진현의 손이 먼저 공에 닿았다면, 볼 소유권이 인정 돼 김진현의 손을 먼저 머리로 들이밀게 된 아즈문의 행위는 반칙에 해당된다. 다양한 카메라 각도로 봤을 때, 아즈문은 공보다 김진현의 손에 먼저 헤딩을 했다.

권종철 전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은 "물론 김진현 골키퍼가 공을 완전히 소유한 상황이었다면 논쟁도 일지 않았겠으나, 명백히 김진현의 손이 공을 선점했기에 이 상황은 반칙이 맞다"고 해석했다.

다만, 안정환 MBC 축구해설위원이 언급한 '골 에어리어는 골키퍼 보호구역이기 때문에 골키퍼를 건드린 아즈문은 파울이다'라는 해석은 틀렸다. 골키퍼와 공격팀 선수 사이에 신체 접촉이 일어났을 때 골키퍼에게 상당한 어드밴티지가 주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축구 경기 규칙서에는 어느 곳에도 '골키퍼 보호구역'이라는 용어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골키퍼가 골 킥을 찰 때 골 에어리어 내 또는 선상에서 차야 하며, 골 에어리어 내에서 간접 프리킥이 발생했을 경우 골 에어리어 선상에서 간접 프리킥을 실시하도록 하는 정도의 기능을 한다.

http://www.youtube.com/watch?v=OPefnCau5ro

(이란전 주요장면 영상)

● 두 논란의 오심, 원인은 '긴장 잃은 주심'

그렇다면 승패를 가른 두 차례의 결정적 오심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됐을까? 정답은 두 상황의 원인은 모두 주심의 위치 선정에 있다. 물론 주심의 공정성과 판정 능력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가정했을 때다.

페널티 킥 상황에서 부심은 골키퍼가 키커가 킥을 할 순간까지 골 라인에서 발을 떼는 지와 골 라인을 넘어서는지에 대해 우선적으로 판단한다. 그 때 주심은 키커 외의 선수들이 킥 이전에 골 라인을 넘어 서는지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전북의 득점 상황에서 우상일 주심은 레오나르도의 킥만 주시했을 뿐, 전북 포항 가릴 것 없이 킥 이전에 페널티 박스로 달려 들어온 선수들을 다 놓쳤다.

이란전 주심을 맡은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발렌틴 코발렌코프 심판 역시 네쿠남의 프리킥이 이뤄진 이후 별다른 움직임 없이 골 상황을 지켜봤다. 수비벽을 이뤘던 우리 선수들과 공격에 가담한 이란 선수들에 가려 김진현과 아즈문의 볼 경합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K리그 26라운드 전북-포항전 주심을 맡은 우상일 주심(위)과 대한민국-이란전 주심을 맡은 발렌틴 코발렌코프 주심(아래)의 골 상황 위치 선정. spoTV·MBC 중계화면 캡처
K리그 26라운드 전북-포항전 주심을 맡은 우상일 주심(위)과 대한민국-이란전 주심을 맡은 발렌틴 코발렌코프 주심(아래)의 골 상황 위치 선정. spoTV·MBC 중계화면 캡처

전북과 포항전이 이미 우승이 확정된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저 아시아 팀들간의 평가전이 아니었다면 주심들은 이 같은 위치 선정을 했을까? 만일 승패가 두 팀의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기였다면 그들은 어떤 후폭풍을 맞았을까. 긴장 잃은 주심들의 판정이 아쉬웠던 두 차례의 결정적 오심 장면이었다.

김형준기자 mediabo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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