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의 구석기시대 유적지인 전남 순천시 월평유적이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유적지나 유물의 보존·발굴과 자원 활용 등 사후 조치가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19일 순천시에 따르면 월평유적은 외서면 월암리 조계산 남쪽 줄기 끝자락의 구릉지에 있으며 서쪽과 북쪽은 송광천이, 남쪽은 외서천이 감싸고 흐르는 천변 퇴적층에 접해 있다. 1995년 처음 발견됐으며 1998년 첫 발굴조사에서 우리나라와 동아시아의 후기구석기시대를 대표하는 유적으로 인정받아 2004년 국가사적 제458호로 지정됐다. 사적으로 지정된 면적만 17만3,360㎡에 이른다.
구석기유적으로 국가사적이 된 것은 영·호남지역에서는 처음이며, 국내에서는 경기도 연천 전곡리유적, 충남 공주 석장리유적, 경기 파주 가월리·주월리유적, 충북 단양 수양개유적에 이어 5번째다. 1998년과 2001년, 2005년 이뤄진 3차례 발굴조사에서 졸돌날몸돌 밀개 새기개 슴베찌르개 등 유물 1만3,974점이 발견되고 5개의 문화층이 연속해 남아 있는 ‘거점유적’으로 밝혀졌다.
후기구석기시대 유적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이며 당시 지형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다 곳곳에 석기 제작터가 분포하고 있어 구석기인들의 삶을 연구하고 복원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하지만 정원박람회 추진 등 순천시의 예산이 대형 사업에 집중되면서 부지 매입 등 월평유적의 보존과 추가 발굴을 위한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지 매입은 사적지 전체 면적 가운데 30% 정도인 4만9,754㎡만 매입됐고 지금까지 발굴면적은 2%에 불과하다. 관련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최근 몇 년간은 예산이 한 푼도 세워지지 않았다.
특히 전곡리, 석장리 등 유적은 선사박물관을 지어 전시와 체험학습장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월평유적은 사적지 어귀에 안내판만 덩그러니 세워진 채로 방치되다시피 한 실정이다. 발굴된 유물도 조선대 박물관과 국립광주박물관, 국립나주박물관 등에 분산 보관 중이다.
이기길 조선대 박물관장은 “월평유적은 구석기문화의 발달과정 규명과 호남 역사의 시원(始原)을 정립하고, 나아가 동아시아 구석기문화와의 비교 연구에 귀중한 학술자료로 평가되고 있다”며 “부지 매입을 조속히 완료하고 추가 발굴조사와 함께 문화유산이 보존·전승될 수 있도록 호남 유일의 구석기 전문박물관 건립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태민기자 ham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