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기분이 몹시 이상했다. “나무는 나무지”나 “새는 새지”와 문장 구조는 유사하면서도 품고 있는 의미와 그것을 전달하는 말투는 너무나도 달랐다. 그 말을 할 때 사람들의 표정은 진실을 가릴 때처럼 비겁하고 본질을 회피할 때처럼 약삭빠른 데가 있었다. 어떤 경우에는 편을 나누는 기준으로 저 말을 사용하는 사람도 있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걸 수긍하지 않으면, 네게는 좋은 것을 주지 않는다는 협박처럼 들렸다. 거기에는 좋은 것은 곧 다수가 원하는 것이므로 이를 따르지 않으면 다수에 속할 수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얼마 전 동창들끼리 만났다. 하도 오랜만에 만나서 서먹하면서도 약간은 들뜬 분위기였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저녁때가 다 되었다. “오랜만에 봤는데 삼겹살에 소주 어때?” 입심 좋은 친구의 말에 다들 환호했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겉옷을 입는 친구도 있었다. 내 기억에 개중에는 고기를 안 먹는 친구가 있었다. “고기 안 먹는 사람도 있잖아.” 내 말에 사방이 일순 잠잠해졌다. “거기 다른 것도 있어. 있지? 있을걸?” 고기를 안 먹는 친구는 내게 그냥 가자고 눈짓으로 말했다. “이렇게 다 고기 먹길 원하잖아. 좋은 게 좋은 거지.” 친구들이 앞다투어 밖으로 나갔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데,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웃으면서 헤어졌지만, 불판 위의 기름때 같은 것이 아직까지 마음속에 남아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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