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영업 논란을 일으키는 유사 콜택시 서비스 ‘우버’의 고위 임원이 자사 비판 기사를 쓰는 기자들에게 “맛을 보여 주겠다”는 표현을 쓰면서 “뒷조사와 사찰을 하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매체들은 18일 뉴스웹사이트 버즈피드(www.buzzfeed.com) 기사를 인용하면서 자체 확인 취재를 거쳐 이런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세계 여러 지역에 진출하면서 실정법을 무시한다고 비판을 받아 온 우버의 이미지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
보도에 따르면 파문을 일으킨 발언은 14일 뉴욕 맨해튼의 웨이벌리 인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한 우버의 사업 담당 선임부사장 에밀 마이클의 입에서 나왔다. 마이클은 이날 파티장에서 “100만 달러를 들여 일류 뒷조사 전문가 4명과 기자 4명을 고용해서 우버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기자들을 사찰하겠다고 말했다”고 버즈피드는 전했다. 그는 “우버가 언론과 맞서 싸우는 데 이 팀이 도움될 것”이라며 “(기자들의) 개인 생활, 가족을 들여다보고, 언론에 자기 약이 어떤지 맛을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은 사찰 대상 중 하나로 실리콘밸리에서 발행되는 웹사이트 팬도데일리(pando.com)의 세라 레이시 기자를 거명했다. 레이시 기자는 최근 “우버의 기업 문화가 여성을 노골적으로 상품화하는 성차별적 의식에 젖어 있다”고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를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쓴 적이 있다. 마이클은 “(레이시 기자의) 개인 생활에 대해 특정하고 매우 구체적인 주장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고 버즈피드는 전했다. 사생활 뒷조사를 해서 협박 거리로 삼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당시 이 말을 들은 파티 참석자가 “그런 계획이 우버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자 마이클은 “우리가 한 일인지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답했다고 버즈피드는 전했다. 이에 대해 우버 측은 “마이클이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말하는 것)’라고 생각하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경위야 어찌 됐든 잘못된 발언이었으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마이클의 발언을 전했다. 이 파티는 우버가 정치권 로비를 위해 ‘컨설턴트’라는 명목으로 영입한 이안 오스본 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고문이 주최했다. 파티에는 ‘허핑턴포스트’ 창립자인 아리아나 허핑턴과 배우 에드워드 노튼 등 유력 인사들이 많이 참석했다.
그러나 당시 자리에 있었던 버즈피드 기자는 “오프 더 레코드 요청을 누구로부터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사찰 대상’으로 지목된 레이시 기자는 이 사건이 보도된 후 에밀 마이클이 “오프 더 레코드로 얘기하자”며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왔으나 “오프 더 레코드로는 얘기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고 팬도데일리에 쓴 기사의 후기에서 밝혔다. 레이시 기자는 또 “예전에 마이클과 만나거나 접촉한 적이 없었는데 마이클이 어떻게 자기 전화를 입수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문제가 불거진 후 우버 최고경영자(CEO) 트래비스 캘러닉의 대응도 비난을 받고 있다. 이 문제가 17일 버즈피드 보도로 처음 세상에 알려졌을 때 캘러닉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다음날 다른 매체들이 앞다퉈 이 소식을 전하고 나서야 트위터를 통해 늑장 유감을 표명했다. 캘러닉은 마이클의 발언을 ‘끔찍한 것’이라고 평가했으나 “실수를 하는 사람들은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으며,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고 에밀(마이클)도 마찬가지”라며 별도 조치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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