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은 나빠지는데 고비용 인력 늘어…적자점포 속출도 원인
은행들이 올해 말부터 내년 초에 걸쳐 대규모 인력 퇴출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수익 악화와 인적 구조의 고령화로 기존 인력의 생산성이 떨어진 가운데 비대면(非對面) 채널 확대로 적자 점포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오는 21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 취임 이후 희망퇴직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은행 직원은 지난 9월 말 현재 2만1천399명으로 우리은행(1만5천366명), 신한은행(1만4천570명) 등 규모가 비슷한 다른 은행에 견줘 압도적으로 많다.
KB 관계자는 "희망퇴직은 노사 합의가 선결 조건"이라며 "'항아리 형태'의 인적 구조를 고려할 때 필요성이 있는 건 사실이나, 아직 검토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은행은 강정원 행장 시절인 2005년 2천200명, 민병덕 행장 시절인 2010년 3천200명 등 신임 행장 취임에 맞춰 대규모 희망퇴직을 받았다.
다른 관계자도 "장기간 승진 누락자 등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바라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과거 국민카드 분사 때 과·오납 법인세 4천억원에 대한 환급 판결을 앞두고 있다. 승소 확률이 높아 희망퇴직 재원으로 쓰일 수 있다.
통상 2년치 급여를 보전해주는 점으로 미뤄 희망퇴직이 성사될 경우 규모는 종전과 비슷하게 최소 2천명, 많게는 3천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예년 수준인 400명가량을 희망퇴직·임금피크제 대상으로 분류, 내년 초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민영화와 관련해 조직 슬림화 필요성도 있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싶은 게 사실"이라며 "다만, 여건이 될 수 있을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하나은행과의 통합을 앞둔 외환은행은 이달 말 59명을 특별퇴직으로 내보낸다. 올해 상반기와 합치면 113명으로 2011년(80명), 2012년(97명)보다 많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강제 퇴출 대신 하나은행과 합쳐 매년 600명씩 자연 퇴직으로 내보내고 채용을 100~200명으로 축소해 유휴 인력을 줄여가겠다"고 설명했다.
외환은행은 지난 2009년 157명을 명예퇴직으로 내보냈으며, 합병 후 인력 효율화 차원에서 하나은행과 함께 추가로 명예퇴직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한은행은 2011년 230명, 2012년 150명, 지난해 160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고 올해 말 노사 합의를 거쳐 추가로 희망퇴직을 받을 방침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이 내년 초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나, 규모 등은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수익성 악화와 인력 고령화 탓에 퇴출 프로그램 가동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SC·씨티 등 7개 시중은행은 올해 1~3분기 총 인건비로 4조5천774억원을 썼지만, 당기순이익은 3조7천730억원을 내는 데 그쳤다.
직원 1인당 순익을 급여로 나눈 생산성은 2011년 1.7배에서 올해 1~3분기 0.8배로 반 토막이 났다.
은행 가운데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가장 높은 조직으로 꼽히는 외환은행의 근속연수는 2009년 16.5년에서 올해 9월 말 17.9년으로 올라갔다.
인터넷·스마트폰뱅킹 등 비대면 채널이 은행 영업의 주력 채널로 자리 잡으면서 수많은 점포가 적자를 내는 추세도 무관치 않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6월 말 은행 점포 7천704곳 중 10%가량(737곳)이 적자를 냈다"며 점포망 재정비와 비용 효율화를 주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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