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25번 문제 ⑤번 보기 선택자 적어,
복수 정답 인정돼도 여파 적을 듯
생명과학Ⅱ 8번 문항은 이의신청
②번 선택 수험생이 74%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영역 25번 문항의 오류 논란과 관련해 복수 정답이 인정되더라도 추가로 점수가 오를 수험생은 1%에 불과해 여파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생명과학Ⅱ 8번 문제의 경우는 복수 정답이 인정되면 자연계 상위권에 미칠 여파가 크지만 복수 정답 인정 여부는 불확실하다.
18일 한국일보가 지난해 9월 수능 모의평가 영어 문제(A형 32번, B형 29번 공통문제ㆍ사진)를 확인한 결과, 평가원은 %와 %포인트의 개념을 정확히 구별해 사용했다. ‘1990년과 2006년의 비농업분야 여성 임금노동자 비율’을 도표로 제시한 문제에서 평가원은 ①번 보기에서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지역 비농업분야 여성 임금노동자는 1996년과 2006년 사이 5%포인트가 증가했다’고 기술했다. ③번 보기에서는 ‘같은 해(2006년)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비농업분야 여성 임금노동자 비율(percentage)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여성 임금노동자 비율보다 10%포인트 낮다’고 제시, %와 %포인트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했다.
수능 영어에서 통계자료 분석 문제는 오래 전부터 꾸준히 출제돼 온 단골유형이다. 과거 출제문항이나 영문기사만 봐도 %와 %P의 차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는 많다. 하지만 올해 수능 영어 25번 문항은 출제위원들이 제시된 정답(④번 보기) 외에도 ⑤번 보기에 %포인트를 누락해 틀린 설명이 됐다.
이에 따라 영어 25번 문제는 복수정답으로 처리돼야 한다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교육부 관계자 역시 “출제위원들의 %와 %P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검토 체계도 철저하게 작동해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바로 잡았어야 했는데 오류를 찾지 못했다”고 말해 복수정답 처리 방침을 시사했다.
다만 영어 25번 문제에서 ⑤번 보기를 정답으로 선택한 수험생이 1%에 불과해 복수 정답으로 인정되더라도 여파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④번 정답을 선택한 수험생이 대다수이고 ⑤번 선택자는 1%에 불과해 추가 정답자들의 등급 상승이 많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상위권보다 3~4등급의 중위권 수험생들에게 성적 상승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수시모집 가운데 교과우수자나 논술전형에 지원한 수험생들 중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는 인원이 조금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정시모집의 경우 수능 동점자 수가 많아져 학생부 등 다른 전형요소가 당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영어 25번 문제와 함께 이의제기가 집중되고 있는 생명과학Ⅱ 8번 문제는 평가원이 제시한 정답 ④번을 고른 수험생은 11%에 불과하고, 이의신청 수험생들이 정답이라고 주장하는 ②번을 선택한 비율은 74%에 달해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파장이 클 전망이다. 2만5,000여명의 수험생이 2점씩 올라가게 되는데 생명과학Ⅱ는 의대 지망생이 많이 선택한 과목으로 이의 신청 수용 여부에 따라 의대 입시의 당락을 가를 수도 있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하지만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이의를 제기한 수험생들은 수능 연계교재인 EBS 수능완성 등에 ‘RNA 중합효소가 결합하는 부분은 프로모터로 돼 있다’며 ‘RNA 중합효소가 조절 유전자와 결합한다’고 설명한 해당 보기가 틀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선 “고난도 함정 문제일 뿐 틀리지는 않았다”는 평가다. 서울 마포구 한 고교 교사는 “단백질이 생성되려면 유전자에 RNA 중합효소가 결합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우고, 조절 유전자에서 만들어진 단백질 역시 같은 과정으로 생성되기 때문에 해당 보기가 오류라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울산의 고교 교사도 “‘RNA 중합효소가 프로모터에 붙어 RNA 합성을 시작한다’고 외운 학생들만 헷갈릴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출제 오류 논란이 끊이지 않은 것과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우선 이번 이의제기와 관련해 평가원이 24일 결과를 발표한 뒤 출제위원 및 검토위원 구성, 검토 체계 등 문제가 제기된 부분을 들여다보고 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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