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이사장 논란에 파행운영 탓
매년 11월 청소년사회참여대회를 지난달 29일에야 "취소" 공지
"공부 시간 쪼개서 준비했는데…" 수백명 학생들 노력 물거품 분통

낙하산 이사장 저지 싸움으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7개월간 파행 운영되는 바람에 애꿎은 학생들이 유탄을 맞게 됐다. 기념사업회가 매년 주최해온 청소년사회참여발표대회가 무산되면서 이 대회를 기다리며 발표를 준비해온 수백명 학생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이다. 특히 기념사업회는 개최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임에도 안내를 미뤄 대회를 준비하던 학생들의 혼선을 가중시켰다는 원망의 목소리가 크다.
기념사업회는 지난달 29일 홈페이지를 통해 “11월 개최 예정이었던 제6회 청소년사회참여발표대회는 올해 중 개최가 불가능하게 됐다”고 공지했다. 낙하산 이사장 논란으로 올 초부터 기념사업회가 내홍을 겪으면서 정상적인 업무 추진이 어려웠던 탓이다.
2009년부터 매년 개최됐던 청소년사회참여발표대회는 청소년들이 학교와 지역사회 등 주변에서 발견되는 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공정책을 제안하는 자리다. 예컨대 청소년이 즐겨 먹는 햄버거에 어떤 첨가물이 들어가는지 알 수 없다며 햄버거를 조리식품에서 가공식품으로 재분류해 식품첨가물표시제를 적용하는 게 좋겠다고 발표하는 식이다. 청소년 4~8명이 모둠을 만들어 참가하는 이 대회는 사회참여 의식과 민주주의적 의사소통 능력을 길러주는 몇 안 되는 행사다. 2012년 110개팀, 지난해 158개팀이 참가할 만큼 전국 청소년들의 관심이 높았다.
문제는 대회 개최가 11월로 예정된 상황에서 기념사업회가 지난달 29일에서야 홈페이지를 통해 대회 무산 소식을 전해 대회를 준비해온 학생들이 큰 혼란을 겪게 됐다는 점이다. 기념사업회는 보통 5월이면 개최 소식과 참가방법 등을 알리는 공지를 홈페이지에 게시했지만, 올해에는 ‘대회 준비 중’이라는 간략한 공지만 4월에 하고, 이 후 5개월이 넘도록 안내를 하지 않았다. 그 사이 홈페이지에는 대회 개최 여부, 대회 일정 등에 대한 안내를 요구하는 댓글이 잇달아 달렸지만 답은 없었다. 기념사업회는 9월 말이 되어서야 “개최 관련 안내가 지연돼 죄송하다”고 밝히면서 이 때까지도 대회 개최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남겨 혼선을 가중시켰다.
대회 무산 소식을 접한 한 학생은 기념사업회 홈페이지에 댓글을 달아 “그 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이 대회만을 기다리며 준비해온 학생들을 생각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라 더욱 억울하고 안타깝다”고 성토했다. 이번 대회를 준비 중인 학생들을 지도했다는 교사는 “이미 주제 선정 작업까지 마쳤는데 대회가 열리지 않아 학생들의 실망이 큰 상황”이라며 “고2학생들에게는 마지막 기회인데 주최 측의 무책임한 대응으로 피해를 보게 됐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교사도 “국영수 공부하는 시간을 쪼개서 준비해온 것인데 이런 노력들을 무엇으로 보상할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최근 기념사업회 정상화 후 대회를 진행하고자 했지만 물리적으로 어려웠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년 대회를 앞당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념사업회는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 지지를 선언한 박상증 목사의 이사장 임명에 반대해 올 2월부터 시민단체들과 함께 이사장실에서 214일간 농성을 벌여왔으며 지난달 1일 가까스로 정상화에 합의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