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긴급차량에 양보 의무화
한국, 처벌조항 있어도 유명무실
유튜브 동영상 ‘구급차에 대한 독일 사람들의 운전의식’을 보면 답답한 한국 사정과는 확연히 다르다. 편도 3차선 도로에서 2차선을 달려가는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들리자 차량들은 도로 양쪽에 바짝 붙어 속도를 줄인다. 다른 차량에 막혀 미처 피하지 못한 차량은 최대한 가장자리로 피해 비상등을 켜고 정지한다. 구급차 전용 통로처럼 도로 한복판이 뻥 뚫린다.
미국, 일본, 헝가리 등의 구급차나 소방차 출동 모습을 찍은 동영상도 상황은 대동소이했다. 이들 국가에서 긴급차량의 이동이 보장되는 것은 엄격한 처벌에 기인한다.
미국 대부분의 주는 일반차량의 양보 의무조항을 두고 있다. 긴급차량이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멈춘 채로 있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한다. 오리건주의 벌금은 720달러(한화 약 80만원)다. 러시아는 벌금 2,500루블(약 6만원)을 매기거나 2~6개월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기도 한다. 캐나다는 긴급차량 주행 방해 시 380~490캐나다달러(약 37만~48만원) 벌금을 부과한다. 긴급차량을 뒤에서 따라가는 ‘얌체 운전’에는 과태료 1,000~2,000캐나다달러(약 97만~195만원)에 벌점 3점, 2년 자격정지로 더 엄격한 처벌이 따른다.
우리나라도 도로교통법과 소방기본법 등 관련 규정이 있다. 소방기본법은 소방차의 우선통행을 방해하지 말 것을 규정하고, 이를 어기면 5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도로교통법에는 긴급차량의 우선통행에 대해 일반차량은 도로 좌ㆍ우측 가장자리에 일시 정지하라고 명시돼 있다. 규정을 위반하면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문제는 처벌 조항이 유명무실하고, 시민의식도 미흡하다는 것이다. 정거성 우석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긴급차량의 통행을 방해해도 사실상 제재를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재를 강화하고, 운전자들도 ‘내 가족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는 마음으로 긴급차량 통행에 협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방방재청은 2007년부터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을 통해 길 터주기 요령 등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소방차가 골든 타임(5분) 안에 화재 현장에 도착하는 비율은 2011년 71.7%에서 2012년 72.1%, 지난해 58.1%로 줄곧 하락하고 있다. 미국 뉴욕시는 100%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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