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연한 비혼(非婚)은 시대 소산이다. 성장 멈춘 나라에선 아무나 어미ㆍ아비가 될 수 없다. 출산은 의지 문제가 아니다. 무상보육이 독신에겐 차별이다. 약자한테서 걷는 게 세금인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극적인 방향 전환을 하지 않는 한 취업도,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수월치 않다. (…) 청년들의 가슴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데 매정한 정부는 기름을 끼얹는다. ‘싱글세(1인가구 과세)’ 발상이다. 저출산 대책으로 싱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는 분노의 정체를 이해 못할 가능성이 크다. 농담이 와전된 것뿐인데, 왜 이렇게 흥분하나 싶을 게다. 비극은 이 지점에 있다.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류의 기성세대는 자신들의 젊은 날을 들먹이며 지금이 얼마나 풍요한 시절인지 설파한다. 세상이 이렇게 좋아졌는데 왜 아이를 안 낳는지 모르겠다며 젊은 세대를 탓한다. 다만 핵심적 진실은 말하지 않는다. 그들의 청년기는 고도성장기였다. 가난해도 공부만 열심히 하면 신분상승이 가능했다. 일자리는 계속 생겨났고, 아파트는 사놓으면 값이 올랐다. 그 시대는 저물었다. 개천에선 미꾸라지만 살 뿐 용은 나오지 않는다. 완전고용ㆍ종신고용 신화는 무너져내렸다. 신화가 무너진 자리를 메우는 일은 국가의 몫이다. 사랑하고 싶고, 결혼하고 싶고, 아이 갖고 싶은 젊은이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 해답은 대체로 나와 있다. 비정규직 해소 등을 통한 실질소득 증대, 장기 공공임대주택 확충 등 주거부담 완화, 무상급식·무상보육 같은 교육복지 확대가 그것이다. 소득이 늘면 연애할 여유가 생기고, 집 구하기 쉬워지면 결혼을 결심하며, 아이 키울 걱정이 줄면 출산을 선택하게 마련이다. (…) 싱글세 논란을 따라가다보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대면하게 된다. 노동, 주거, 교육, 복지, 세금 같은 이슈가 집약돼 있기 때문이다. (…) 희망을 보여줄 생각은 않고 2000년 전 로마에서 거뒀다는 세금을 거론하는 일은 진부하다. 국가가 개인을 동원 대상으로 여기고, 책임을 전가하려는 발상은 폭력적이다. 농담조차 끔찍하다.”
-‘끔찍한 농담’ 싱글세(稅)(경향신문 ‘경향의 눈’ㆍ김민아 논설위원) ☞ 전문 보기
“보건복지부가 '싱글세(稅)' 구설에 올랐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가 “저출산 상황이 지속되면 아이를 고의적으로 안 낳는 사람에게 부담을 주는 정책도 논의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 게 ‘정부가 싱글세 물린다더라’로 번져 온라인에서 와글와글했다. 급기야 복지부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 자료까지 냈지만 네티즌 사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부터 싱글세 내라’ ‘혼자 사는 것도 서러운데 세금까지 더 내라니’ 하면서 분노가 들끓었다. (…) 정부가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저출산 극복에 쏟아부은 돈은 53조원이다. 그럼에도 별 효과가 안 나는 건 지원 금액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우리 사회가 아이 낳아 기르기에 고달픈 체질이 된 탓이 크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저출산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지만 한국이 유독 심한 건 우리만의 사정이 보태져서다. 고도성장이 멈추면서 일자리는 쑥쑥 늘지 않는데 고용 시장은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불안한 체제로 바뀌니 부모들은 사교육에 돈 쏟아붓는 출혈 경쟁을 하며 명문대 진학에 매달린다. 대학 졸업시켜 놔도 일자리 구하기는 바늘구멍인데 자녀 뒷바라지는 그걸로 끝이 아니다. 진학ㆍ취업ㆍ결혼 등 인생 단계 단계가 ‘고(高)비용’이요 ‘무기한 뒷바라지’니 자식 얻는 기쁨보다 자식 키울 부담이 훨씬 더 크게 느껴지는 ‘불행 사회’다. (…) 저출산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집약된 결과다.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사회, 일과 가정이 양립 가능한 풍토, 아이 키우기에 안전한 나라,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로의 혁신 같은 종합 처방이 필요하다. (…) “아이 키우는 건 행복이다. 내 아이는 이 사회에서 행복하게 자랄 것”이라는 믿음이 커져야 출산율도 의미 있게 회복된다.”
-結婚 안 하면 세금, 하면 집… 그럼 애 낳나(조선일보 ‘강경희의 터치! 코리아’ㆍ사회정책부장) ☞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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