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실정 감추고 재집권 노림수
“과반수를 못 얻으면 퇴진하겠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8일 중의원 해산 및 총선거 방침을 정식으로 발표, 재집권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내년 10월로 예정된 소비세 추가인상(8→10%) 결정을 미루고, 지지부진한 아베노믹스 평가를 위해 국민 심판을 받겠다는 심산이나 명분 없는 선거를 통해 장기집권을 노리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비난도 적지 않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임시 자민당 간부회의에서 소비세 재인상 시기를 예정보다 1년 6개월 늦은 2017년 4월로 미루고 이르면 21일 중의원을 해산하겠다고 밝혔다. 임기 4년, 475명의 중의원을 선출하는 총선거는 내달 2일 공시, 14일 투개표 일정으로 치를 전망이다.
아베 총리가 중의원 총선거 시기를 2년 이상 남겨두고 국회 해산 카드를 꺼낸 것은 17일 내각부가 발표한 3분기(7~9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분기(4~6월)에 이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기 때문이다.
올 4월 단행한 소비세 인상(5→8%) 이후 일본 국내 경기는 침체일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베 내각은 소비세 추가 인상을 단행하면 경기 후퇴는 더욱 가속화할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2012년 자민당과 공명당, 민주당 합의로 결정된 소비세 인상계획을 지키지 못하게 됐으니 선거를 통해 심판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아베 총리가 취임 이후부터 추진해온 아베노믹스의 실패를 숨기고, 9월 개각에서 입각한 장관들의 잇단 비리를 감추기 위한 성격이 더 짙다. 이를 의식한 듯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서 “연립정당인 자민, 공명당을 합쳐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아베노믹스를 부정하는 것으로 판단, 퇴진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집단적 자위권 헌법해석 변경, 오키나와(沖繩)현 후텐마(普天間) 공군기지 현내 이전 강행 등 무리한 정책추진으로 실추한 인기를 선거를 통해 일거에 만회하려는 의도도 있다.
40%대의 안정적인 내각 지지율이 더 떨어지기 전에 선거를 치러야 정권을 내줄 위험성이 적고 장기 집권 기반을 다질 수 있다는 포석도 깔려있다. 총선거에서 재집권에 성공하면 내년 9월 자민당 총재선거 재선도 가능해 2018년까지 안정적인 정권 운영이 가능하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의 의석을 합치면 325석으로, 최악의 경우 20~30의석을 야당에 내주더라도 중의원 475석중 과반수를 지키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민주당은 일본유신회, 다함께당 등 다른 야당과 합당을 꾀하거나 공동 전선을 펼칠 전망이다. 야당이 공동 전선 형성에 실패하면 자민당에게 개헌이 가능한 3분의 2 의석(360석)을 헌납할 수도 있다.
명분 없는 선거에 대한 비난 여론도 거세다. 히라카와 카스미(平川克美) 릿쿄대 교수는 “대규모 금융완화에도 경제성장에 실패한 아베노믹스를 감추고, 정권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연명선거”라고 말했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原英資)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는 “소비세 인상을 유보하면 장기적으로 금리 상승과 국채 하락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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