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탄도미사일 연구 전문가, 정통 경제 관료 발탁 마침표
무기개발과 도입을 총괄하는 방위사업청의 수장이 4년 만에 경제관료에서 무기개발 전문가로 교체됐다. 효율성을 앞세운 경제논리만으로는 ‘군피아(군대+마피아)’가 개입된 뿌리깊은 방산비리를 척결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충남 연기 출신인 장명진(62) 방사청장 내정자는 1974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꼭 40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한 탄도미사일 전문가다. 백곰, 현무 등 대표적인 국산 미사일 개발에 깊게 관여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서강대 전자공학과 70학번 동기동창이기도 하다. 장 내정자는 박 대통령이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으로 활동할 당시에도 업무 보고 등으로 안면을 익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 내정자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평생 연구개발에 몸담아온 저를 발탁한 것은 방산비리의 오명을 벗고 무기체계의 성능과 품질을 높이라는 의미로 알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06년 설립된 방위사업청은 초기 군 출신이 청장을 맡다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0년 8월부터 장수만-노대래-이용걸 등 정통 경제관료가 도맡았다. 3명 모두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을 시작해 각각 조달청장, 기획재정부 차관보, 기재부 2차관 등을 거쳤다. 당시에도 해외 무기 도입을 둘러싼 비리 복마전이 도마에 올라, 경제관료를 배치시켜 방산비리 척결과 국방경영 효율화를 이루겠다는 의도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초기인 2009년 8월 “방산업계의 리베이트만 없애도 무기도입 비용의 20%를 줄일 수 있다”며 국방예산 절감에 의지를 보였다. 실제 경제관료들은 군내에서 ‘칼잡이’라 불릴 정도로 예산 절감을 밀어붙여 매년 7~8%대였던 국방예산 증가율이 3%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무기개발 비용을 줄이면서도 전력화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서 개발 속도를 높이다보니 무기품질 저하 문제가 빚어져 방산 비리를 야기하는 또 다른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무기품질 평가 과정에서 시험성적서 조작 등의 비리가 이들 경제관료 재직기간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국산 무기의 전투력 저하 문제도 제기됐다.
방사청장을 지냈던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이날 교체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란 얘기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통영함 비리 등 최근 밝혀진 방산비리가 노 위원장이 방사청장으로 재직하던 때 벌어진 일이어서, 방산비리를 척결에 나선 정부 차원에서도 부담이 됐을 것이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무기 전문가를 인선한 이번 방사청장 인사는 방산비리 척결과 함께 무기체계 향상 목적도 담겨 있다”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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