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현 원장 임기 못 채우고 사임
잇단 대형 금융사고에 사실상 경질
후임 진웅섭 정책금융公 사장 내정
자본시장ㆍ불법자금 흐름에 정통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18일 임기 도중 전격 사임하고 후임에 진웅섭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내정되면서 금감원과 금융권 전반에도 일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번 교체가 사실상 ‘경질’ 성격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의 인적 교체와 정책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 원장은 이날 오전 “일신상의 사유”로 사의를 밝히고 이임식을 가졌다. 작년 4월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3년 임기의 원장에 취임한 지 1년8개월 만이다. 그는 이임사에서 “연이은 금융사고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그간 감독당국에 대한 따가운 눈총,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 등 파열음이 많이 났지만 이는 그만큼 시장이 살아있고 제도가 움직인다는 의미이니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의 전격 사퇴는 작년 말 동양 사태를 시작으로 올 들어 카드 개인정보 유출, KB금융 내분 등 잇단 대형 금융사고 와중에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를 ‘윗선’에서 문제 삼은 경질의 성격이 짙다. 끊임없이 경질설이 나돌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때마다 버텨왔지만, 결국 최근 청와대로부터 “사표를 제출하라”는 연락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1959년 서울 출생으로 검정고시(동지상고 중퇴)를 거쳐 건국대를 나온 진 내정자는 공직사회의 입지전적 인물. 7급 공무원으로 법무부에 근무하다 대학 재학 중 다시 행정고시(28회)에 합격, 옛 재무부, 재정경제부와 금융위(대변인, 자본시장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를 두루 거친 ‘모피아’이기도 하다. 산업은행과의 통합을 앞둔 정책금융공사에 올 초 ‘1년 짜리’ 사장으로 취임했으나 화려하게 ‘권토중래’했다. 최 원장과는 유별난 친분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두 사람 모두 현재 여당에 파견근무 경력을 지닌 ‘수석전문위원’ 출신이어서 정치권과의 친분이 적잖은 발탁 배경으로도 거론된다.
금감원 직원들은 진 내정자 취임 뒤 대대적인 인사 태풍이 몰아칠 수 있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진 내정자는 원장 취임 뒤 관례대로 부원장보 이상 임원들에게 일괄 사표를 받은 뒤 연내 임원 인사를 마무리하고 내년 초 국ㆍ실장 인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진 내정자의 행시 기수 선배인 최종구(25회) 수석부원장은 관례상 퇴진할 가능성이 있다. 조영제 부원장은 최근 자녀 혼사문제 등으로 여론이 악화한 점이 부담이다. 특히 진 내정자가 역대 최연소(만 55세) 원장이란 점에서 그보다 나이가 많은 임원들이 자연스럽게 용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부원장보 이상 13명의 임원 중 진 내정자보다 나이가 어린 임원은 2명에 불과하다. 금감원 조직 측면에선 최 원장 재임 때 부상했던 ‘검사 라인’이 퇴조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어떤 형태든 그 동안 고여 있던 금감원 조직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진 내정자가 국책금융기관에 몸 담고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기술금융 활성화, 금융규제 개혁 등 현 정부 금융정책에 적극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진 내정자가 자본시장은 물론, 불법자금 흐름에도 정통한 점을 청와대가 높이 샀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강조해온 주가조작 엄단, 지하경제 양성화 등 현안은 물론, 정부가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을 잘 다룰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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