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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태양광의 미래, 한화의 미래

입력
2014.11.1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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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했던 태양광 산업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아직 경제성이 따라주지 않고 공급과잉의 문제점은 해소되지 않았지만 태양광 모듈과 설치 비용의 급락으로 미국 등에서 기존 화력 발전원과 비용경쟁에 나설 만큼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후쿠시마 원전사태를 겪은 일본과 남미 등 신흥국가의 태양광 발전 수요가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원전 39기에 해당하는 39GW의 태양광 발전 설비가 설치돼 풍력의 증설을 앞섰다. 결국 발전이란 친환경과 분산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향하고 있어 태양광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장기적으로 크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속단은 금물이다. 태양광 사업이 계속 순항할진 장담할 수 없다. 낙관적인 전망이 쏟아지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망한 2030년 태양에너지가 세계 전력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2050년 10% 안팎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누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겠는가. 미래를 예측한다면 새 기회를 얻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런 만큼 에너지 산업은 업황을 무시할 수 없는 세계 최대 산업으로, 전 세계 매출 상위 10대 기업 중 8군데가 에너지 기업이다. 지속적인 투자와 장기적 안목, 수요와 공급을 조정하는 섬세한 관리 전략이 요구되는 특수 산업이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말 중국과 여수 등 국내외 태양광 설비에 과감히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태양광 사업을 이끄는 한화큐셀, 한화솔라원, 한화케미칼이 글로벌 시장 수요에 맞춰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설비 증설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한화는 2010년 중국 태양광업체 솔라펀파워홀딩스를, 2년 후 독일 큐셀을 인수하면서 지금까지 2조여원을 투자해 태양광 사업을 확대해왔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태양광 시장 위축 여파로 한화는 태양광에서 지난해 1,04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그럴수록 묵묵히 미래 먹거리를 만든다는 신념으로 나서고 있다. OCI 등 국내 태양광 선두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서고 삼성과 포스코 등이 태양광사업을 접은 것을 볼 때 한화 특유의 끈기와 추진력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수요 부진과 원유가 하락, 셰일가스 붐 등 업황을 볼 때 성장에 대해 지나친 자신감이 오히려 우려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마치 6년 전 한화의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했을 당시를 반추하게 한다.

2008년 10월 한화는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유력 인수후보였던 포스코와 GS그룹 컨소시엄이 입찰가격에 견해차를 보여 한화는 어부지리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2002년 대한생명을 인수한 한화는 대우조선을 품에 안고 단번에 재계 순위 8위로 도약할 수 있었다. 그 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곧 미국발 금융위기로 경제가 악화하면서 매각하려던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다. 설상가상 재무 투자자들도 등을 돌렸다. 한화는 인수금액 6조3,000억원을 마련 못 했고, 산업은행은 이행보증금 3,150억원을 챙겼다. 그러나 산은이 계약 파기를 선언하자 한화 계열사 주가는 동반 상승했다. 3,150억원을 날렸지만 시장은 한화의 인수 포기를 높게 평가했다. 그 후 세계경기는 침체했고 조선 경기 역시 끝없이 추락했다. 전화위복이었던 셈이다.

연말 한화 김승연 회장의 경영 복귀가 재계의 최대 관심사다. 그러나 김 회장의 경영복귀가 한화의 당면한 현실을 단 번에 바꿔놓을 수는 없다. 한화케미칼의 주력사업인 석유화학은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태양광은 아직 들어가야 할 돈이 더 많다. 그나마 수익성이 높은 한화생명도 저금리와 고령화 시대에 예전 같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이 실패하는 이유에서 ‘더 큰 규모’,‘더 빠른 성장’등 과도한 의욕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의 전략을 왜곡하는 요인은 바로 급하게 성장하려는 욕구다. 거기에 후계구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부담감마저 겹치면 마음은 더 급하다. 과연 한화가 태양광 사업에 걸린 성장의 덫을 어떤 식으로 적절히 완급 조절하며 풀어갈지 앞으로‘승부사’김 회장의 역할이 주목된다.

장학만 산업부 선임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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