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어제 전격 사퇴했다. 3년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1년8개월 만에 중도 하차한 셈이다. ‘일신 상의 사유’로 사표를 냈다지만, 사실상 동양사태와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KB금융 내분 등 잇단 금융사고에 따른 경질 인사인 셈이다. 금융위원회가 진웅섭 정책금융공사 사장을 지체 없이 새 금감원장으로 내정 발표한 것만 봐도 그렇다. 이로써 금감원은 새 정부조직 출범에 맞춰 쇄신의 계기를 맞게 됐다. 차제에 ‘금융소비자보호원’ 독립이라도 제대로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동안 다수 전문가들은 업무 중복에 따른 갈등과 혼선을 해소하고, 감독업무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정부기구인 금융위의 정책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업무를 금감원의 감독기능과 합쳐 독립적 ‘금융감독위원회’ 같은 기구가 총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하지만 이번 정부조직 개편에서 금융위원회가 존치됨으로써 금융정책과 감독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금융감독체계 개편론은 또 다시 장기과제로 유보됐다. 그러자 금감원의 소비자보호 기능은 지금이라도 분리가 가능한 만큼, 금융소비자보호원 같은 독립기구부터 세우자는 얘기가 힘을 얻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 요구는 이명박 정부 당시 저축은행 사태 등을 계기로 본격화했다. 금감원이 금융사의 입장에만 서다 보니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감독에 소홀했고, 그 결과 저축은행들이 사기성 채권을 일반에 판매하는 것을 막지 못해 막대한 소비자 피해를 낳았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었다. 현 정부 들어 불거진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이나 동양사태도 결국은 금감원의 소비자 보호활동이 미흡해 빚어진 셈이다. 하지만 2012년 제출된 ‘금융소비자보호원 설치법’이 여야의 입장 차로 표류하면서 관련 논의는 금감원 산하에 일단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설치한 것으로 미봉된 상태다.
독립적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다. 금감원의 본래 기능이 금융시스템의 건전성 유지ㆍ감독이다 보니, 단기적으로 금융사에 손해를 줄 수 있는 소비자보호 업무를 도외시 할 수밖에 없는 모순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공약 이행이 여태 지지부진 하면서 동양사태 식의 대규모 범죄는 물론, 금융사들의 금리 담합, 대출자에 대한 고무줄 가산금리 적용 같은 해묵은 비리도 끝없이 되풀이 되고 있다.
금감원장이 쥐락펴락하는 현행 금융소비자보호처 같은 미봉책으론 소비자 보호를 위한 행정과 감독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원장 교체로 금감원이 내부 혁신의 계기를 맞은 만큼, 여야도 서둘러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 처리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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