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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의사회 에볼라 최전선서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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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의사회 에볼라 최전선서 사투

입력
2014.11.1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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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국서 총 600개 병상 제공… 입원 환자 중 1500여명 살려내

국제사회 여론 움직여… 발병초기 심각성 알리며 묵묵히 활동

치료제 개발에도 적극… 완치 환자의 일상복귀도 적극 도와

국경없는의사회 보건 홍보직원인 알렉산더 콜리(오른쪽)가 에볼라를 이겨낸 아들 콜리 제임스의 퇴원한 뒤 라이베리아 포야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에서 함께 웃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제공
국경없는의사회 보건 홍보직원인 알렉산더 콜리(오른쪽)가 에볼라를 이겨낸 아들 콜리 제임스의 퇴원한 뒤 라이베리아 포야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에서 함께 웃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제공

#알렉산더 콜리는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라이베리아 현지 보건 홍보직원이다.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가 창궐한 지난 3월말부터 콜리는 포야라는 지역에서 마을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에게 에볼라로부터 가족을 지키는 방법과 증상이 나타나면 해야 할 일 등을 알리고 있다.

콜리는 자신의 가족은 에볼라로부터 지켜내지 못했다. 9월 말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에 사는 남동생으로부터 23년을 동고동락한 아내가 에볼라에 감염돼 숨졌다는 비보를 접했다. 며칠 뒤에는 남동생과 자신의 어린 두 딸마저 숨졌다는 억장이 무너지는 슬픈 소식을 감당해야 했다.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는 아들 콜리 제임스였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아들이 피곤한 기색을 보여 국경없는의사회 치료센터로 데려 갔고 검사 결과 에볼라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콜리는 아들마저 세상을 등질 지 모른다는 걱정에 며칠을 밤새 눈물로 지새웠고 아버지의 염려 덕분인지 다행히 아들은 완쾌됐다. 콜리의 아들은 국경없는의사회 치료로 나은 1,000번째 생존자다.

에볼라 환자였던 살로메는 완치된 뒤 라이베리아 몬로비아 엘와3 치료센터에서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제공
에볼라 환자였던 살로메는 완치된 뒤 라이베리아 몬로비아 엘와3 치료센터에서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제공

#살로메 카르와는 에볼라에 감염된 환자였다. 지금은 에볼라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몬로비아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엘와3 치료센터에서 심리치료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살로메도 에볼라가 빚어낸 비극의 주인공이다. 비극의 시작은 살로메의 삼촌이었다. 삼촌은 에볼라에 감염된 여성의 병원 이송을 돕다가 전염됐고 삼촌을 병원에 데려다 주던 살로메의 아버지가 에볼라에 걸렸다. 그리고 가족이 아버지를 간병하다 모두 감염됐다. 8월 말 가족 모두 몬로비아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에볼라 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살로메의 부모는 숨졌다. 살로메와 약혼자, 언니, 조카는 살아남았다.

완쾌 후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웃들은 살로메가 여전히 에볼라 바이러스를 옮길 지 모른다고 두려워했고 살로메 집을 ‘에볼라 집’으라 부르며 반겨주지 않았다. 이 일을 겪은 후 살로메는 치료 과정과 완치 뒤에 에볼라 감염자가 겪는 심리적 고통을 덜어 주고 정상 생활 복귀를 돕기 위해 치료센터에서 심리치료 상담사를 자청했다.

“환자들은 절박한 상태이며 바이러스 창궐을 저지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더 많은 나라들이 앞장서야 하며, 더 많은 자원을 배치해야 하며, 지금 당장 이 일을 실행해야 합니다.”(조앤 리우 국경없는의사회 국제회장의 9월26일 유엔 총회 연설)

지난 3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병을 공식화한 뒤 에볼라는 공포의 대명사가 됐다. 벌써 5,00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치사율은 여전히 높다. 이런 에볼라에 맞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치료에 온몸을 던지는 국경없는의사회의 활동이 국제적으로 주목 받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중립ㆍ공평ㆍ자원의 3대 원칙과 ‘정치ㆍ종교ㆍ경제적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라는 기치 아래 전쟁과 기아, 질병으로 고통 받는 주민들의 구호를 목적으로 1971년 설립된 국제 민간의료구호단체다.

여러 비정부기구(NGO)와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 파견한 다국적 보건 인력이 에볼라 사태 해결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국경없는의사회의 활약이 단연 돋보인다. 발병 초기 에볼라의 급속한 전염 위험성을 경고하고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구해 오며 에볼라와의 전쟁을 주도하고 있다.

에볼라 사태는 지난 3월 말 서아프리카 기니 남부의 게케두, 마센타, 키씨도고에서 86명의 에볼라 환자가 발생해 60명이 사망하면서 촉발했다. 희생자가 수십 여명에 불과했던 우간다와 콩고에서의 이전 발병과 달랐다. 인구밀집 지역 인근에서 시작된 데다 시신을 씻기는 서부 아프리카인 풍습 때문에 전염 확산 속도가 매우 빨랐다. 발병지가 교통량이 많은 지역인 탓에 인근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으로 순식간에 전파됐다. WHO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에볼라 감염자는 8개국에서 1만4,098명이다. 이 중 사망자는 5,160명이다. 발병 초기보다 전파 속도는 다소 느려진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라이베리아와 기니, 시아라리온에만 외국 국적 활동가 290명을 상주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진료에 참여한 활동가는 700명을 넘어섰다. 현지에서 직접 채용한 직원은 3,018명이며 3개국 6곳에서 총 600개의 병상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 치료센터에 에볼라 의심환자 6,037명이 입원했고 3,758명이 양성 확진을 받았다. 이 중 2,107명이 숨졌고 1,546명은 살려냈다. 치료센터와 별개로 기니 마센타에는 환자 이송센터가 한 곳 있다.

에볼라는 감염자의 혈액이나 체액을 매개로 전염된다. 치료에 직접 나서는 의료진은 치사율 높은 에볼라에 감염될 확률이 상당히 높다. 미국과 프랑스 노르웨이 출신의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의사와 간호사 3명이 에볼라에 감염됐다. 다행히 이들은 치료를 통해 완쾌됐다. 의료진을 포함한 현지인 직원 20명 가량이 에볼라에 감염됐다. 이들 중 13명은 사망했고 7명만 완치됐다.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의 활동은 소명의식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지난 11일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해 한국사무소를 찾은 위그 로베르 긴급구호 프로그램팀장은 “전염병 창궐 및 분쟁지에서 생명을 위협받는 주민들을 살리는 것 자체가 큰 보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에볼라 환자의 절반이 몰려 있는 라이베리아의 에볼라 대응을 담당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은 에볼라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소극적 대처 속에서 더 빛나고 있다. 국제사회는 발병초기와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우크라이나 사태와 이슬람국가(IS) 발호로 인한 국가 간 이해관계 조정 등 때문에 사태 해결에 소극적이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에볼라와 사투를 벌이면서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시키고 치료시설 설치로 에볼라 최전선을 묵묵히 지켰다.

국제사회는 에볼라 확산이 심상치 않자 뒤늦게 에볼라 사태 해결에 동참하며 국경없는의사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은 지난 15일 군 의료지원단 160명을 라이베리아에 파견했고 같은 날 미국이 서아프리카 파견근무와 관련해 예비군과 주방위군의 대규모 동원령을 승인했다. 러시아는 150t의 시설과 약품을 다음날 기니 측에 무상으로 전달했다.

환자 치료 외에도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갖게 되는 죽음의 공포와 고독을 함께 나누는 역할도 국경없는의사회의 몫이다. 에볼라 감염 후 자신에게 접근하는 사람이 없어 극도의 공포감과 고독을 느끼는 환자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직원 한 명이 완치 환자가 집으로 돌아갈 때 동행한다. 비과학적인 공포감 때문에 완치 환자를 반기지 않는 이웃을 설득하기 위해서다. 완치 증명서를 마을 주민들에게 보여주며 주민들을 안심시킨 뒤 완치 환자가 일상생활에 복귀할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부모 형제가 다 숨지고 홀로 남은 어린이가 안전하게 거주하며 교육받을 수 있도록 지역 비정부단체(NGO)와 연결하는 것은 국경없는의사회의 가욋일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에볼라에 대한 비과학적 조치에 대해서도 단호한 반대 입장을 표해왔다. 지난달 말 미국 뉴저지주가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간호사 케이스 히콕스에 대해 21일간 의무격리를 시행하자 이 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소피 들로네 국경없는의사회의 미국 사무총장은 “의료 기준에 근거하지 않고 건강한 활동가들을 격리하는 조치는 다른 활동가들이 서아프리카 에볼라 대응 활동에 참여할 의욕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에볼라 조기 종식을 목표로 치료제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이 단체는 다음달부터 미승인 상태인 에볼라 치료제 3종을 환자들에게 투여하는 임상실험을 시작할 것이라고 지난 13일 밝혔다. 엠마누엘 고에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총장은 “에볼라 위기에서 자국을 안전하게 지키는 근본 해결책은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를 종식시키는 것”이라며 “서아프리카 현장으로 향하는 구호 활동가들의 헌신을 지지하고 그들이 귀국할 때 반갑게 맞아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에볼라 사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그 끝이 언제인지 단언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에볼라 사태가 종식된다면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의 피와 땀이 단단한 디딤돌이 됐다고.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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