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맹주로 행세하며 외국 업체에게는 넘볼 수 없는 곳으로 여겨졌던 한국 자동차 시장이 유럽 업체에 뚫렸으며, 유럽에 대한 자동차 무역에서 한국이 24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18일 인터넷판을 통해 올 들어 9월까지 한국의 유럽지역에 대한 완성차 수출은 44억달러에 그친 반면, 한국으로 수입된 유럽차는 46억달러에 달했다고 전했다. 또 완성차 교역에서 한국이 유럽에 대해 적자를 낸 것은 24년만에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NYT는 이 같은 시장 상황 변화는 전체 유럽 수입차 가운데 76%를 차지하는 독일차의 선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점유율이 3%에 불과했던 수입차가 2014년에는 한국 자동차 시장의 14%를 장악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은 독일차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신문은 애국적 견지에서 현대차를 선택하던 한국 소비자들의 태도 변화도 수입차 점유율 급상승의 원인으로 꼽았다. NYT는 서울 강남에 거주하며 독일 벤츠사 E클래스 승용차를 소유한 한 시민의 말을 인용, 현대차에 대한 한국인들의 배려가 예전 같지 않다고 전했다. 이 시민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한국의 기술이 국제수준에 뒤떨어졌을 때에는 국내 업체에 혜택을 줘야 했지만, 이제 (현대ㆍ기아차는) 작은 기업이 아니며 우리로서는 더 이상 챙겨줘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NYT는 또 최근 타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자동차가 제외되는 바람에 중국제 독일 브랜드 자동차의 한국 진출이 무산됐으며, 한국 자동차 시장은 자국 업체가 독과점적 지위를 차지하는 세계에서도 흔치 않는 상황을 계속 유지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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