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정부, 학생들과 충돌 피하고
법원 명령 집행 통해 무력화 시도
홍콩 법원의 집달관들이 18일 민주화 시위 학생들이 설치했던 바리케이드 등 장애물을 일부 철거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와 주요 20개국(G20) 회의가 마무리되면서 중국 당국의 시위대 진압이 본격화하는 신호탄이 될 지 주목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홍콩 법원 집달관과 경찰, 인부들은 이날 홍콩 시위대 본진이 자리한 애드미럴티(金鐘) 지역 중 시틱(중신ㆍ中信)타워 건물 앞 바리케이드를 철거했다. 이는 시틱타워 건물주가 지난주 홍콩고등법원으로부터 시위대 점거 금지 명령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철거 집행 과정에서 시위대 반발은 없었다. 이 곳에 있었던 시위 학생들은 바로 시위대 본진에 합류했다. 시위대 측 변호사와 건물주 측 변호사는 현장에서 충돌이 생기지 않도록 협상을 벌이고, 법원의 명령이 과도하게 집행되는지 등 여부를 점검했다.
홍콩 정부는 학생들과 직접 충돌하는 대신 이렇게 법원을 앞세우는 등의 방식으로 점진적인 시위대의 무력화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시위대가 점거하고 있는 또 다른 지역인 몽콕(旺角)에서도 버스 회사와 택시 기사들이 유사한 법원의 명령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생계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며 법원이 철거 명령을 내려 줄 것을 신청한 상태다.
여론도 악화하고 있다. 홍콩의 한 대학이 최근 15세 이상 홍콩 시민 1,030명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에선 응답자의 67.4%가 도로 점거를 중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시위를 계속해야 한다는 대답은 13.9%에 불과했다.
시위대는 나아갈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알렉스 차우 등 학생 대표 3명은 베이징(北京)으로 가 중앙 정부와 직접 대화하겠다며 지난 15일 공항에서 출국하려 했지만 여행 허가 서류가 유효하지 않다는 이유로 탑승권을 받지 못해 발길을 돌렸다. 현재로선 홍콩 정부와의 대화재개 가능성도 희박한 상태다.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후보를 사실상 친중국 애국 인사로 제한한 중국 중앙 정부의 결정에 반발,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며 지난 9월28일부터 시작된 홍콩 민주화 거리 점거 시위는 이날로 52일째를 맞았다. 시위대는 한 때 수십만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애드미럴티와 몽콕 지역에서 수백명의 학생만이 거리의 천막을 지키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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