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의 성격과 이에 대응하는 미사일 방어(MD)체계 발전 방향을 놓고 인식 차를 보이고 있어 동맹 관리에 변수가 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또 미국은 북핵 대응 수단으로 한미일 3각 동맹을 중시하지만, 한국은 미국이 일본에 편향됐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양국간 갈등소지가 있는 것으로 우려됐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17일 한미 양국의 외교ㆍ안보ㆍ역사분야 학자와 전문가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실(석좌 캐서린 문) 주관으로 ‘한국과 미국: 역사와 정치, 정책’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2009년부터 5년간 미국 국방장관실 자문역을 지낸 밴 잭슨 신안보센터 연구원은 “미사일 방어가 가장 큰 이견을 보이는 부분”이라며 “한국은 북한 탄도미사일이 일본이나 미국을 겨냥하고 있어 위협이 아니라고 보고 있지만, 본토 위협을 우려하는 미국은 역내에 통합된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한국은 (미사일방어와 관련한 미국과 협력으로) 중국의 반대편에 서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며 “미래에 한미 양국이 누가 친구이고, 누가 위협인지를 놓고 완전히 다른 페이지에 있을 개연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맷 스퀘어리 전 국방장관실 한국과장은 “미국 관점에서는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해법이 단순히 하나가 아니며 한미일을 아우르는 전체적 방어체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나, 한국은 북한에 대해 상징적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첨단 기술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캐서린 문 한국실 석좌는 “KAMD는 한국군이 보다 독립ㆍ자주적이 되고 한미 동맹을 주도할 수 있는 신호로 한국인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비용이 많이 들지만, 한국에는 매우 상징적인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문 석좌는 이어 “양국 간 인식 차를 극복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과거 역사적으로 주한미군 철수 등 미국이 일방주의적 행보를 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과의 안보협력 문제를 놓고도 양국 참석자들의 시각이 갈렸다. 잭슨 연구원은 “한국은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크게 우려하고 있지만, 미국은 일본의 역내 군사적 역할을 강화하는 정상국가화를 지지하고 있어 북한문제보다도 오히려 인식 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국제관계대학원 박태균 교수는 “많은 한국인은 오래 전부터 미국이 일본에 너무 편향돼 있다고 느끼고 있다”며 “특히 1952년 발효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을 논의하는 회의에 한국이 초청을 받지 못한 것을 계기로 한국인들 사이에 그런 인식이 뚜렷하게 형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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