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호주로 여행을 떠났고 홀로 여기저기를 헤매 다닌 적이 있다. 첫 기착지인 시드니는 아름다운 항구 도시였다. 어느 밤엔가 좀 쓸쓸해서 맥주 한 병을 사서 해안가에서 마시고 있었는데 경찰이 다가왔다. 대충 알아듣기에 정해지지 않은 곳에서의 음주가 불법이라는 것인데, 처음에는 무서웠고 나중엔 기가 막혔다. 좀 더 시간이 지나니 음주 문화도 관습이고 제도라는 사실에 쉽게 수긍이 갔다. 대학 캠퍼스나 유흥지, 운동장 같은 곳에서 음주가 가능한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관대한 것 같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밤, 휘청거리는 사람을 보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다. 애써 찾지 않아도 밤거리를 걷다 보면 쉽게 만날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은 술을 안 마셔, 하며 개탄하는 사람들 덕에 쉽게 세대가 갈리는 것도 같다. 술 이상의 즐거움을 주는 여러 가지 향락이 깔려 있기도 하고, 대학생들이나 노동자들은 술조차 마시기 어려운 각박한 현실 속에 놓여있기도 하다. 전자나 후자나 씁쓸한 것은 마찬가지다.
연말이다. 술자리가 이어질 것이고 대로변에 취객이 쓰러져 찬바람을 맞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동그랗게 굽은 등을 두들겨 깨워도 좀처럼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경찰차가 실어가고 욕설과 행패가 난무할지도 모르겠다. 비둘기들만 배가 부를 것이다. 음주가무의 즐거움과 괴로움을 지나 신년이 오겠지. 그러고 나서 새로운 계획을 세울 것이다. 매번 너무 닮아 있지 않은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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