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협의할 수 있는 일반규정이 있어 자동차는 추후에 재논의할 여지가 있다.”
한국과 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실질 타결 뒤인 지난 12일 중국 일정을 앞당겨 귀국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양국이 모두 양허 제외로 분류한 자동차 협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산업계의 기대가 컸던 중국 공산품시장 개방 수준이 미흡하다는 비판에 대한 해명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윤 장관이 밝힌 재협상 근거는 상품 전체를 포괄하는 일반규정이다. 대개 ‘한쪽의 요청이 있으면 관세철폐 가속화 검토를 협의한다’는 식으로 FTA 협정문에 포함된다. 과연 이 규정에 따라 한중 FTA의 재협상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첨예하게 부닥치는 양국의 이해관계를 감안할 때, 그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
첫 FTA였던 한ㆍ칠레 FTA부터 지난해 발효된 한ㆍ터키 FTA까지 한중 이전에 우리가 타결한 FTA 12건(발효는 9건)을 보면 명확하다. 모두 재협의 길을 열어둔 일반규정이 있어도 발효 뒤 상품 양허 수준을 재협의한 FTA는 없었다.
개방도가 낮은 한ㆍ아세안 FTA가 대표적이다. 우리는 FTA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협정을 체결한 아시아 10개국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 하지만 상대가 꿈쩍하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교역규모가 큰 베트남, 인도네시아 정도만이 다시 양국간 FTA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미 FTA는 2007년 6월 정식서명 뒤 2010년 말 예외적으로 추가협상을 거쳤지만 FTA 발효 전이었다. 우리가 원한 것도 아니다. 2009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국 여론이 들끓자 미 정부가 우리에게 무리한 요구를 해 재협상이 이뤄진 것이다. 이는 국제통상 역사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이례적인 경우로 알려졌다.
한중 FTA 타결 뒤 협상 실무진에서조차 “농수산물을 너무 많이 보호하다 보니 공산품 시장 개방이 어려웠다”는 자조가 나오고 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통상전문가들도 “한중 간 재협상은 쉽지 않다”고 단언한다. 우리가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등 아쉬움이 남는 공산품을 놓고 다시 협상하자고 나서면 중국은 우리 농수산물 시장 추가개방을 요구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한 대학의 국제통상전문 교수는 “재협상이란 말이 나오는 자체가 협상이 제대로 안 됐다는 방증이고, 외교적으로도 결례”라며 “재협상 여지는 국내 정치용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윤 장관은 역대 산업부 장관들 중 유례가 없던 내부 승진 케이스다. 30년 이상 산업부에서 근무한 그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재협상을 언급한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만일 당장의 여론 무마용 발언이었다면 득실 논란이 끊이지 않는 한중 FTA 협상 결과에 ‘무책임’이란 비판이 더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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