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오영 당시 총무비서관실 행정관
"채군 신상정보 부탁" 자백 번복에
재판부 "믿을 수 없다" 면죄부
정보 청탁한 국정원 직원 집행유예
전달한 서초구청 전 국장 징역8월
채동욱(사진 가운데)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연루된 청와대 행정관이 수사기관에서 범행을 시인했음에도 법원이 “믿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수사 당시 혐의를 시인했지만 지시한 사람을 밝히지 않았던 청와대 행정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해 윗선 규명을 막았다는 논란을 빚은 데 이어, “언론보도대로 (자신의 죄를) 허위 진술한 것 같다”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면죄부를 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심규홍)는 17일 조이제(54) 전 서울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에게 채 전 총장의 혼외자로 지목된 채모군의 개인정보를 요구해 전달받은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조오영(55)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조 전 국장은 국가정보원 직원 송모씨에게 부탁받고 채군의 정보를 전달한 혐의만 인정받아 징역 8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송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조 전 행정관은 지난해 6월 11일 조 전 국장과 문자메시지 5건, 13일 2건을 주고 받았다. 6월 11일은 채 전 총장이 청와대와 법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겠다고 밝힌 날이었다.
검찰은 채 전 총장이 혼외아들 논란으로 사퇴한 뒤 지난해 말 채군의 신상정보가 조회된 시스템을 추적하다 조 전 국장을 밝혀냈고, 그는 조 전 행정관을 정보 요청자로 지목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을 받게 된 조 전 행정관은 관련 사실을 부인하다 감찰관으로부터 조 전 국장과의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했다는 말을 들은 후 요청 사실을 인정했으며, 검찰 조사 및 법원의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도 시인했다.
조 전 행정관은 누구로부터 지시받았는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증거인멸 가능성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 전 행정관이 구속됐다면 윗선을 밝힐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전 행정관은 검찰이 삭제된 문자메시지 내역을 복구하는 데 실패하자 입장을 바꿔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법정에서 “문자 내역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조 전 행정관은 사건 당일 문자를 주고받은 내용을 설명하지 못하고 허위 진술을 하는 등 거짓진술을 하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면서도 “조 전 행정관이 정보조회를 부탁했다는 조 전 국장의 진술 및 (범행을 시인한) 조 전 행정관의 검찰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채군 정보가 조회된 것은 6월 11일 오후 2시47분인데, 조 전 행정관이 요청 문자를 보낸 것은 오후 4시50분이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이미 국정원 직원의 요청으로 정보를 조회한 상태였다는 점은 고려되지 않았다. 또 재판부는 “조 전 국장이 자신이 처벌받지 않을 목적으로 (업무관계가 없는) 국정원이 관여한 사실을 숨기고 (청와대) 조 전 행정관을 배후로 허위 지목할 동기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조 전 행정관이 수사 초기에 왜 혐의를 그대로 인정했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재판부는 “조 전 행정관의 (범행 인정) 진술이 조 전 국장과 언론 보도 내용을 기초로 한 것이므로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언론 보도를 보고 자기가 직접 하지도 않는 범죄를 스스로 뒤집어 썼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조 전 국장에 대해서는 “정해진 절차를 따르지 않고 임의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해 죄책이 무거운데도 다른 사람을 관여자로 내세우거나 음모론으로 수사에 혼란을 줬다”며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송씨에 대해서는 “특정 공직자의 비위사실을 적발하기 위한 정보활동이 국정원 직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국정원 직원으로서 수사 및 재판에서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사정이 있어 보이고 채군의 어머니인 임모씨도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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