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초년생인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 후보가 관록의 정치인 빅토르 폰타 현 총리를 제치고 대통령에 깜짝 당선됐다. 현지 언론은 요하니스의 대통령 당선은 정치의 판을 바꾸려는 민의가 표출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요하니스 후보가 결선 투표에서 1차 때보다 24%포인트가 높은 54.6%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루마니아의 AGER 통신이 17일 보도했다. 폰타 총리는 “민의는 옳다”며 패배를 시인했다.
앞서 2일 1차 투표에서 폰타 총리는 40.4%의 득표율로 1위를, 요하니스 후보는 30.3%로 2위를 차지했다. 나머지 7명의 후보는 1∼5%를 득표했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가 결선 투표를 치러야 해 요하니스 후보는 자연스럽게 야권 단일 후보가 됐다.
BBC 방송은 요하니스의 대통령 당선에는 폰타 총리 체제에 환멸을 느낀 재외 루마니아인들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주로 서유럽과 이탈리아, 스페인 등지에서 일하는 재외 루마니아인들은 400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길게는 10시간 넘게 해외 곳곳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줄을 서서 투표하는 열의를 보였다.
특히 투표율 상승은 재외국민 투표 과정에서 불거진 부정 투표 의혹에 분노한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몰린 탓이라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트라이언 바세스쿠 현 대통령마저 “정부가 투표를 방해한 게 명백하다”고 시인했다. 재외국민 투표 과정의 문제에 책임을 지고 외무장관이 사임했지만 성난 민심을 달래진 못했다. 이번 결선 투표의 투표율은 최근 14년 만에 가장 높은 62%로 1차 투표(53%) 때보다 10% 포인트 높았다.
물리 교사 출신인 요하니스 대통령 당선자는 고향인 시비우 교육청 감독관으로 일하다 2000년 시비우 시장에 당선, 정계에 입문했다. 2010년에는 총리 후보에 올랐으나 바세스쿠 현 대통령의 반대로 총리가 되지 못했다. 독일계인 요하니스는 독일 공영 방송 도이체벨레와 인터뷰에서 “덜 과시적이고, 덜 시끄러우면서도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새로운 정치를 펴고자 대통령에 나섰다”고 밝혔다. 유세 기간에는 처벌을 강화해 부패를 근절하는 한편, 의원 정원을 줄이고 사법부 독립 등 법치를 확립하겠다고 공약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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