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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옷 모았더니 케냐 친구 1000명 한끼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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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옷 모았더니 케냐 친구 1000명 한끼 해결

입력
2014.11.17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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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저개발국 어린이 돕기 제안...선후배 1800명 설득 2000벌 팔아

"작더라도 직접 도울 일 찾아 뿌듯"

14일 여의도 중학교 가사실에서 이지윤(오른쪽 세번째)양 등 국제이해교육반 학생들이 모은 헌 옷가지를 정리하고 있다. 이 옷들은 케냐 어린이 1,000여명의 급식비로 사용된다.
14일 여의도 중학교 가사실에서 이지윤(오른쪽 세번째)양 등 국제이해교육반 학생들이 모은 헌 옷가지를 정리하고 있다. 이 옷들은 케냐 어린이 1,000여명의 급식비로 사용된다.

14일 서울 여의도 중학교 가사실에서는 1학년 국제이해교육반 학생들이 수북이 쌓인 헌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자유학기제 활동의 일환으로 집에서 입지 않는 헌 옷가지를 모아 케냐 어린이들의 급식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헌 옷 모으기 프로젝트’다. 올해 시범실시 중인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토론ㆍ실습ㆍ학생참여형 수업을 진행하는 제도다.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낸 이지윤(13)양은 “교실 수업에서 벗어나 지금 세계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작은 일이라도 직접 실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여름방학에 몽골로 7박8일 해외봉사를 다녀온 것이 계기다. 이양 등 재학생 19명은 수도인 울란바토르와 다르항 지역의 학교를 방문, 7~14세 가량의 현지 학생들에게 영어 미술 체육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복 등 한국문화를 전했다. 또 길이 7㎙가량의 벽화를 함께 그리며 더불어 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도 느꼈다.

귀국 후 이양은 헌 옷을 모아 저개발국가 어린이들의 급식비로 사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국제이해교육반 지도교사인 박한웅 아시아ㆍ아프리카 난민교육 후원회(ADRF) 팀장의 조언을 받았다.

우선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행사 취지를 설명하고 동참하도록 설득하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교장 선생님을 비롯, 교사들 앞에서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했고 매일 아침 등굣길 캠페인을 벌였다. 점심시간에는 교내 방송으로 행사 알리기에 나섰다. 2, 3학년 교실에 쳐들어가(?) 포스터를 붙이고 홍보물을 돌리며 선배들의 동참도 호소했다.

국제이해교육반 김도현(13)군은 “1학년생이 선배들이 있는 교실에 들어가 행사를 설명하자니 무섭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헌 옷을 열심히 모았지만 전교생이 1,000여명인 여의도 중학교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인근 여의도 고교에 도움을 청했다. 마침 8월 여의도 공원에서 이 지역 초ㆍ중ㆍ고교생들이 ‘독도 플레시몹’ 이벤트를 했던 게 빛을 발했다. 여의도고 1, 2학년의 가세로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1,800여명으로 늘었다.

이렇게 해서 10월 말부터 8일 동안 헌 옷 2,000여벌, 무게로는 500㎏ 가량을 모았다. 돈으로 환산하면 20만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케냐 어린이들의 한 끼 영양죽(옥수수와 콩)이 200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1,000명의 어린이들이 소중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선종복 교장은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저개발 국가 나눔 행사의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해 낸 아이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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