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문턱 넘기는 어려워
북한 인권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책임자를 제재하는 내용의 북한인권결의안이 18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와 다음달 유엔총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인권결의안은 2005년부터 유엔총회를 통과했지만 ICC회부 등이 적시된 결의안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인권결의안이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문턱을 넘기는 어렵지만 전례 없이 강력한 인권결의안이 유엔총회를 통과하면 북한에게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17일 “유럽연합(EU)과 50여개국이 공동 제안한 북한인권결의안이 18일(미 현지시간)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 상정되는데 압도적 통과 가능성이 높다”며 “위원회에서 통과된 내용이 총회에서 결과가 바뀐 전례가 없는 점을 볼 때 사실상 유엔총회 통과도 유력하다”고 밝혔다. EU가 올해 초 발표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를 토대로 작성한 인권결의안은 안보리가 북한 인권상황을 ICC에 회부하고 책임자에게 적절한 제재를 취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당국자는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하면서 2005년 84표(반대 22표)로 가장 적은 찬성표가 나왔으며 2011년 찬성 112표(반대 16표) 등으로 찬성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통과 가능성을 높게 봤다.
안보리 통과는 사실상 어려워
북한은 ICC 표현 등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 우호적인 쿠바가 북한에 책임을 묻는 내용을 뺀 수정 결의안도 최근 유엔총회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수정안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다. 18일 유엔총회에서 먼저 표결에 부쳐지는 수정안에 대한 찬성표가 많을 경우 쿠바의 요구가 EU 결의안과 결합돼 최종 수정안이 나오지만 정부는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ICC 회부를 삭제한 내용을 담은 쿠바의 수정안에 찬성할 국가는 많지 않기 때문에 (수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10%도 안 된다”며 “쿠바 수정안이 부결되면 EU가 제출한 결의안에 대한 논의로 넘어간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엔총회 결의안은 강제성이 없는데다 결의안이 채택되더라도 법적 집행력을 갖는 안보리 문턱을 통과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간 “중국은 항상 상호존중과 평등의 원칙에 따라 인권 문제를 다루고 있다”며 “인권 문제를 정치화해 다른 나라를 압박하는 데 이용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혀 왔고 러시아의 경우 이날 ‘김정은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한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가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관측돼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제사회의 북한 압박 효과는 상당할 듯
인권결의안이 유엔총회를 통과하면 북한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단순하게 북한 측의 개선 노력을 촉구한 과거 결의안과는 달리 이번 결의안에는 북한 지도자 그룹에게 인권범죄책임이 있다는 점이 처음으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EU가 제출한 인권결의안 본문 7항에는 “COI 보고서에 따라 북한 최고위층의 정책에 따른 인도적 범죄가 자행됐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돼 있고 8항에는“북한의 인권 상황을 ICC에 회부하고 가장 책임 있는 자들에 대한 효과적이고 선별적인 제재를 검토하도록 안보리를 독려한다”고 명시돼 있다. 북한이 COI보고서에 근거한 이번 결의안 채택을 막기 위해 지난 9월 유엔총회에 15년 만에 리수용 외무상을 보내고 최근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게 방북을 초청하는 총력전을 펼친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 인권과 관련해 10년째 구속력 없는 결의안이 채택됐지만 이번에는 COI에서 북한 인권에 대해 1년간 광범위하게 조사한, 권위 있는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유엔총회 결의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채택되면 안보리가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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